“공장에서 일합니다”

대학원 첫 수업을 시작 할 때 학생들은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한다. 자신이 왜 MBA 과정을 시작하게 됐는지, 또 자신의 학벌과 현재 직업이 무엇인지 애기를 한다. 어떤 이들은 자기 명함을 한장씩 한장씩 학생들에게 돌리면서 자기 소개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회사에서 공부하라고 시켜서’라고 간단명료하게 애기한다.

구석에 앉아 있는 학생의 자기소개 차례가 되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을 마치고 저녁수업에 참석을 하기 때문에 양복 차림이 많다. 그런데 그 학생은 정리 되지 않은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그리고 낡은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였다. 자기 직업을 소개를 할 때 그는 “I’m a factory worker”라고 했다. 즉 공장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였다. 순간 나는 몇명 학생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제 조별 숙제를 하기 위해 팀을 구성하는 시간이 되었다. 난 자리를 그 학생 옆으로 옮기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날 나도 반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고등학교 때 메고 다녔던 파란색 백팩을 가지고 가서 그와 드레스 코드가 잘 맞았다. 몇마디 나누어 보니 미국에서 온지 알았고 자기도 회사에서 MGSM에서 MBA 과정을 공부를 하라고 보내주었다고 했다.

조별 숙제를 위해선 최소 3명의 학생이 팀을 조직해야 된다. 그런데 직업이 ‘공돌이’인 학생과 볼품 없은 작은 동양인이 모인 우리 팀은 비호감으로 찍혔는지 그 누구도 우리 팀에 합류하려 하지 않았다. 나중에 첫수업을 빠진 학생이 합류하는 바람에 팀 붕괴를 막을수 있었지만 우리 팀을 보는 다른 학생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6주간의 수업을 마치고 조별 프리젠테이션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팀이 최고 점수를 받았다. Strategic Management 과목이였는데 Boeing과 작은 항공기 제조 업체인 Embraer와 비교 분석하여 앞으로의 경영전략을 제시하는 과제였는데, 그는 Boeing에 대한 소개와 현재 시장 흐름과 대응책 및 항공기 개발 진행 사항들을 자신 있게 애기 했다. 많은 학생들은 그의 발표에 매료 되어서 넋을 잃고 있었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학생 한명이 짖궂은 질문을 그에게 했다. ‘당신이 Boeing사에 대한 내용은 인터넷에 나온 내용과 차이가 있다. 당신의 제시한 내용을 신뢰 할 수가 없다. 이 내용들의 근거 자료는 어디 있나?’라는 질문의 그는 그에게 이런 반문 공세를 했다.

“혹시 Boeing사의 공장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워싱턴주의 Everett, 바로 Seattle위에 있지요. 공장의 크기는 디지니 랜드보다 훨씬 커요. 혹시 Boeing 747의 날개 위에 집이 몇개 올라 갈수 있는지 아세요? 방3칸짜리 집 4채가 올라갈 정도로 큽니다. 이 날개로 440톤의 동체를 날개 할수 있어요. 1초에 연료가 얼만큼 소모 되는지 아세요? B747의 엔진 한개당 5리터의 연료를 1초마다 소모를 합니다. 그리고 이 날개엔 60톤의 연료가 저장이 됩니다. B747 한대를 생산하기 위해 6백만개의 부품이 사용 되는데 그중 절반이 나사입니다. 그중 또 그 절반이 날개를 만드는데 사용 되지요. 날개에 사용 되는 볼트를 하나 하나 손수 점검합니다. 그리고 저는 lift-drag ratio를 계산해서 연료 사용을 최적화 합니다. 그래요. 저는 공장에서 일합니다. 바로 Boeing사의 공장이요. 저는 B747 항공기의 날개를 만드는 ‘공돌이’입니다. 이제 제 말을 신뢰 하실수 있나요?”교실은 순간 고요해졌다.

외모와 스펙이 개인간의 우열과 성패를 가름한다고 믿는 어리석은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 있던 학생들에게 일침을 가한 그가 수업을 마치고 내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프리젠테이션 너무 잘한것 같아. 우리 다음번에도 같이 할까? 아 그리고 나한테 경리사원이라고 애기했지? 오늘 발표 할 때 네 모습 보고 거짓말인지 알았어. 이제 너의 정체를 내게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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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 삶을 살거에요.” 스리랑카로 출장 오기전 사무실로 잠시 방문한 사회생활 3년차 대학후배가 내게 한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1년동안 취업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다가 다행히 4대 회계법인중에 하나인 EY에 입사를 했고 이제 사회생활 3년차인 그는 순발력과 재치는 있으나 지구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비교적 감정의 기복이 심한편이다. 이번에도 슬럼프에 빠졌으니 빨리 제 정신 차리도록 타이르려고 했는데….. 1주일전에 사표를 냈다고 한다.

조직생활 3년차에 이제 슬슬 일에 익숙해질무렵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상한데로 잦은 야근과 과도한 업무량, 메니저와의 마찰, 사탕발림 수준의 연봉인상, 그리고 동료들간의 갈등이 이유였고, 매일 반복 되는 삶이 지겹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항상 제자리를 돌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했다. 그래서 멋지게 사표를 집어 던지고 혼자 동남아로 퇴사기념 여행을 간다고 한다.

차분히 그의 성공과 행복을 빌어주고 작별인사를 하려는 찰나 그가 내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사는 인생에서 과연 얻는 것이 무엇일까요?’라고 질문을 했다.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 ‘기초체력’ (stamina). 오랫동안 treadmill 위에서 달리면 체력이 보강 되지요. 폐활량도 늘어 나고요. 이렇게 기초체력을 잘 다진 사람은 나중에 평지든 초원이든 산이든 잘 달릴수 있습니다. 조직생활이 힘든것 잘 압니다. 그래도 버티고 견뎌야 합니다. 많이 맞아 봐야 맷집이 생기고, 많이 아파 봐야 항체도 생기도, 많이 실수 해봐야 담력도 생기는 겁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조직생활은 결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 앞으로 사회생활을 더 잘할수 있는 기초체력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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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버는 것이 바로 돈을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음주에 CPA Congress 때문에 잠시 홍콩에 다녀오게 되었다. 이렇게 해외 출장이 있다는 공지를 띄우면 가장 많이 받는 것이 바로 미팅 신청이다. 이번에는 유난히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서 미팅 신청을 많이 받았다. 아마도 학기말 고사준비와 취업문제로 학생들의 마음이 많이 분주한 시기인것 같다.

지난 목요일 점심때 모교학생과 잠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지난 2년반 동안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으며 내년 초에 있을 결혼 준비와 얼마전에 구입한 투자용 부동산 때문에 많이 바쁜 젊은 21살의 청년이다. 학업 성적도 굉장히 우수하고 얼마전엔 승진도 했으며 보면 볼수록 성실하고 마음에 드는 젊은이다. (매번 왕교수님의 사람 보는 안목이 참으로 높음을 실감한다)

시간 제약 때문에 많은 애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가 내게 이런 질문과 답을 던졌다. ‘돈을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 일까요? 저는 바로 돈을 버는 것이 돈을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 됩니다.’ 아마도 이번에 투자용 부동산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어떤 헤프닝이 있다고 짐작한 나는 그에게 계속 말을 하다록 권했다. 아니나 다를까 약혼녀의 부모님과 부동산 구입때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그의 약혼녀의 부모님은 고등교육을 받으셨지만 경제적인 제약이 많은 가정에서 성장 하셨기 때문에 가격흥정하는데 남다른 투지(?)를 가지고 계시다고 했다. 반면 그 젊은이는 ‘가격흥정하면서 상대편과 다툼에 허비하는 시간에 차라리 내가 (경제적으로) 발전이 될 만한 노력을 해서 돈을 버는게 낫다’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순간 결혼전에 자기 약혼녀의 부모님을 헐뜯는것이 아닌가 긴장하는 그에게 난 이렇게 애기하고 미팅을 마쳤다. ’40년이라는 삶은 살아온 내 주관적인 관점으로는 푼돈 깍을 생각밖에 없는 사람은 큰 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돈을 아낄 방법만 궁리만 하다가 돈을 버는 방법을 생각 못하기 때문이지요. 사업구상을 할 때 우린 매출액을 먼저 잡고 그 다음 비용을 잡지 않습니까? 절약도 (수입이) 있어야 할수 있는 겁니다. 당연히 낭비는 나쁘지만 그렇다고 절약에만 얽매이는 자세는 오히려 인생에 독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 됩니다.’

약혼녀의 부모님께는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는 절대 비밀로 하자고 그와 약조를 한후 작별인사를 나누고 내 자리로 돌아와 사장님의 사진을 물끄러니 바라 보고 혼자 중얼 거렸다. ‘죄송합니다. 사장님께서 가르쳐 주신 것을 마치 제 생각처럼 사람들에게 말해서요. 그래도 괜찮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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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꿈이 있다.

지난 화요일 2년전 왕교수님 소개로 만난 대학후배를 퇴근후 사무실에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처음엔 멘토-멘티 시작된 관계가 졸업후에는 4개월에 한번씩 만나면서 career progress를 같이 점검하며 시장정보도 교환하고 서로에게 조언을 해주는 관계로 발전이 되었다.

아마도 10개월전인것 같다. 이직 문제를 두고 나랑 여러번 상담을 했고 심사숙고 끝에 내린 그의 결정을 나는 존중 했으며 새로 시작한 직장에서 빠른 업무 파악과 적응을 위해 간접적인 지원사격을 해주었다. 그 결과 그는 입사 8개월만에 두번의 승진을 거듭하고 연봉 14만 5천달러를 받게 되었으며 3개의 팀을 총괄하게 되었다고 한다. 호주의 연평균 연봉이 7만 8천달러 정도인데 그의 나이가 현재 24살이니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예측 된다.

이번 만남에서의 화제는 좀 달랐다. 예전엔 현실적이고 (realistic) 실용적이며 (pragmatic) 실현가능한 (executable) 계획에 화제에 집중 했다. 그런데 이번엔 꿈 (dream)에 대해서 많은 애기를 나누었다. 그는 호주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애기 했고, 나는 개발도상국에 소아예방접종을 도입하여 소아사망률을 줄이고 또 그것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애기를 했다. 우리 둘은 어째서 이렇게 우리의 화제가 ‘추상적인 것’으로 바뀌었는지 서로에게 웃으면서 질문을 했다. 그 답은 바로 ‘생존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꿈을 논할수 있다’였다.

요즘 졸업을 목전에 앞둔 대학생들은 대부분 졸업하기 전부터 최상의 일자리만을 고집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른다. 자기를 원하는 직장은 탐탁해 하지 않고 자기를 거부한 직장에 미련을 두고 집착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그에게 돌아가신 사장님의 명언을 하나 공유 했다. 바로 “If you are about to fail, then fail big and fail quick”. 이 말의 함축적인 의미는 바로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지속하는 것이 꼭 정답이 아니다’이다.

그가 내게 이렇게 애기 했다. ‘일단 직장을 구하고 스스로 생활을 책임지고 봐야 된다. 생존의 문제가 해결 되지 않으면 꿈을 말하기도 어려워진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수준의 생존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선 나의 꿈은 공중분해 되기가 쉽기 때문이다’라고….. 2년전 왕교수님께서 어째서 이 학생을 내게 소개 시켜주셨는지 그 의도를 다시 한번 새삼스럽게 느낄수 있는 아주 흐뭇한 저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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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do list (할 일 목록)의 함정

‘저의 to do list를 한번 봐주세요. 저는 하루 일정을 15분 단위로 꼼꼼하게 관리를 합니다.’ 오늘 아침 현지직원과 잠시 나눈 대화중의 일부이다.

To do list가 유용한 도구임은 틀림없다. 중요한 일을 급한 순서대로 정리를 해서 만기일을 정하고 중요한 키워드를 삽입하여 업무의 category를 구분한다.

그런데 여기서 to do list의 함정이 있다. 바로 빽빽하게 적힌 to do list에 줄을 그으면서 (혹은 tick을 하면서) 스스로 생산성이 높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to do list에 줄을 긋는 재미에 만족감 얻지만, 어떤 이들은 to do list에 줄을 긋지 못하면 불안해 한다.

또 어떤 이들은 to do list에 할 일을 별로 없으면 자신이 마치 할 일이 별로 없는 무능력한 존재로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 to do list에 일부러 사소한 일을 채워 넣는다. 예를 들어 오늘 애기를 나눈 현지 직원의 to do list에는 얼만큼 양의 물은 몇시에 마시는것까지 기록이 되어 있고 몇시에 화장실을 가는 것까지 상세히 기록이 되어 있었다.

바로 이것이 to do list의 함정이다. 중요한 일을 기록하는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는 일들까지 해내야 한다고 우리를 괴롭히는 원흉이 되기 때문이다.

상담을 마칠 무렵 그 직원이 나의 to do list를 보여 달라고 했다. 내것에는 딱 한가지가 적혀 있었다 – “Do better today than yesterday”. 그리고 그 직원에게 이렇게 애길하고 상담을 마쳤다.

“모든것을 해내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사실 이것은 소용 없는 짓입니다. 중요하지 않는 어떤 일들을 미루거나 미완성인 채로 두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의 탁월한 성과를 얻기 위해 반드시 치루어야 할 대가임을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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