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 홍콩을 경유해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전에 Cathay Pacific (CX)의 The Pier Business 라운지에서 드라미 마티니를 한잔 마시려고 들렸다. 홍콩 국제공항엔 CX가 운영하는 비지니스 라운지가 4개가 있는데 그중 The Pier 라운지가 가장 최근에 오픈 했고 고급스럽다는 평이 있어서 탑승구가 정해지기 7시간 전에(?)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샤워를 끝내고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고 bar로 향했다. 2008년 11월부터 지금까지 탑승전에 드라이 마티니를 마시는 것은 일종의 ritual이다. 평상시와 같이 주문을 하고 한모금 마신 후에 아이패드를 꺼내어 밀린 이메일을 읽어 보려는 순간, 옆에 앉아 있는 여성이 술에 취한 목소리로 “Champagne please~”라고 바텐더에게 주문을 했다. 순간 나와 눈이 마추진 바텐더의 눈이 커지는 것을 보아 그 여성이 많은 양의 술을 마신 것을 직감했다.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이메일을 하나 둘씩 읽어 내려가는 순간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바로 카톡으로 들어 오는 전화벨소리였다. 전화를 받은 그 여성은 한국어로 통화를 시작 했고 지인의 남자친구에 대해 애기를 했다. 그때 “그런데 그 남자는 키가 몇이야? 뭐? 180cm가 안되? 그럼 장애인이네 장애인~”라는 말을 듣고 순간 놀라서 오른손으로 잡고 있던 마티니잔을 놓쳐 테이블에 엎지르고 말았다. 센스 있는 바텐더가 마티니를 다시 만들어 주어서 나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자기를 옮기기 전에 ‘180cm는 이하의 남자는 장애인’이라고 말한 그녀에게 이렇게 말을 건냈다. “실례합니다. 저는 장애인입니다. 키가 165cm이니까요. 장애인 옆에 앉아 계시면 불쾌하실것 같아 제가 자리를 피해 드리겠습니다.”
41년 동안 외소한 체구와 작은 키로 살면서 크게 불편 해 본적이 없었는데 난생 처음으로 ‘장애인’으로 구분이 되고 보니 묘한 기분이 들어서 호주에 계신 어머니에게 “엄마 아들은 왜 키가 작지?”라는 문제를 보냈더니 다음 날 이렇게 답장이 왔다 – “넌 또 요즘 무슨 드라마를 보니? 라이프에 나오는 구사장 (배우 조승우) 봐라. 남자는 역시 키가 아니라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