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보면 문관은 군주의 왼편에 서고 무관은 갑옷과 칼을 차고 군주의 우편에 선다. 문관들은 무관들이 머리가 나쁘고 싸우기만 좋아하고 무관들은 문관들이 글만 일고 말만 앞서는 겁쟁이로 취급한다. 이렇게 두 편의 다른 입장을 가진 무리들이 티격태격 싸우는중에 군주는 양쪽 의견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린다. 그때 군주의 결정을 굳히게 하는 자는 문관이나 무관의 최고 우두머리가 아니라 문무를 겸비한 사람이다. 머리도 좋고 지혜도 있고 지략도 쓸줄 알며 전장에서 지휘도 가능하며 무예에도 능한 사람의 충언이 군주의 결정을 확고히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조직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departmentalization에 의해 각 부서의 고유 특성과 기술 그리고 책임과 권한이 부여 된다.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조직 생활을 해본 사람은 당연히 알겠지만 departmentalization은 조직안에서 또 다른 소규모의 조직을 구성하게 되고 그 작은 각 조직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 시키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흐르고 이런 트렌트가 계속 유지 되면 어느새 상부상조의 개념에서 멀어지고 양육강식/적자생존의 원리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나 혼자만의 생존’에 집중하게 된다. 영업부는 자신들의 실적을 올려서 commission을 받기 위해서 revenue recognition point를 교묘하게 바꾸며, 기술부는 네트워크 확장과 새로운 기계 구입의 정당성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용어를 사용해서 판단력을 흐리게 하며, 재무/회계부는 creative accounting을 사용해서 회사의 재정 상태를 허위포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바로 자기 분야에서는 자기가 최고라는 정당화를 시키며 만약 자신의 실적이 좋지 못할 경우 자신의 문제가 아닌 다른 부서의 과실로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있다. 마치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은 군대가 군량과 무기 부족으로 전쟁에 패했다고 핑계를 대거나, 작전참모는 자신의 계략이 실패 했을 경우 군대가 명령 불복종을 핑계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과 같다.
내가 지금 일하는 회사에 몸을 담군지 거의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서 재무관리이사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나도 내부의 다양한 아군과 적군들과의 끊임 없는 interaction이 있었는데, 적군들의 저항을 이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 사용하지 않았다. 바로 손자가 말씀하신것 같이 그들이 살고 있고 방어하는 성을 치는 것은 최하책이며 최상책은 성안의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그들과 싸우지 않고 아무런 피흘림 없이 그들이 성문을 스스로 열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시발점은 바로 그들의 애기를 경청하는 것이다. 상대편의 말을 들으면 두가지의 효과를 얻을수 있다. 눈을 마주치면서 경청하며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 할수 있고, 스스로 말하는 동안 어느 정도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하는 과정중에 허와 실을 깨닮게 되며 어느 정도 절충안을 고려할 입장을 준비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바로 성문을 열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성문 안에서 성문 밖에 있는 협상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상황을 만든다. 시간이 지나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이 되면 그래도 한 조직의 한 식구들인데 성문을 열고 어느 정도 자신의 영역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럴때 문무를 겸비한 자는 상대편 성안의 구조와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허와 실을 파악 한후에 다음번에 있을 협상에서 좀더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을 하는 것이다. 상대편의 강한 공격은 피하고 돌아서 상대의 약점을 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럼과 동시에 자비함을 잊지 않고 은혜를 베푼다. 성지를 뺏어도 성안에 사는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듯이 나와 반목하는 팀의 아킬레스건을 잘라 무너 뜨리는 것보다는 서로가 힘을 합하여 상부상조하도록 아군으로 만드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다.
기술부에선 항상 더 많고 좋은 기계를 구입 하기를 원한다. 이것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서 그들은 수십장의 리포트를 제출하고 어려운 기술 용어를 사용하여 구입을 승인하는 자를 혼란 시킨다. 이런 술수를 쓰는 기술부장은 대부분 재무관리자가 기계에 대한 절대적 이해 부족과 배움의 게으름을 전재로 세운 전략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선 내가 스스로 신기술과 신기계에 대한 정보 수집과 흡수 그리고 공유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들 만큼 전문성 있게 알지는 못하나 그들이 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요점만 애기하면 어느 정도 알다 듣는 다는 것을 보여 주면 된다. 이런 나의 태도는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 들이며 동시에 공감대가 형성 되며 그들이 다른 솔루션을 고려할 입장도 가지게 된다. 기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 아는척을 하면 이질감과 적대감이 생기지만 어느 정도 스스로 공부하고 자문을 구하고 그들의 경험에 의존하며 존경하는 태도를 보이면 자신들의 권위 향상은 물론이며 좀더 마음문을 열고 협상하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영업부는 그들의 사기극을 소리 없이 잡아 내고 들어 내면 된다.)
이렇게 조직안에서 문무를 겸비한 자는 단순히 자기가 맡은 일만을 완수해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조직의 일원들과 화합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회사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 사람을 말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서 절대 살아 남을수 없다. 그러니 혼자만의 성을 높이 쌓고 문을 닫고 폐쇠정책을 펴면 나중엔 혼자 고립이 되고 만다. 자기 만의 고유 권한과 책임과 능력 및 기술력은 보존하되 서로를 높이고 도와 주면서 양육강식의 경쟁이 아닌 상부상조의 관계를 무대 뒤에서 조정하는 자가 바로 조직에서 문무를 겸비한 인재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