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다 잠자리에 들은 늦은 밤에 난 가끔식 피아노 앞에 앉아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을 듣는다. 그냥 내 방에서 스피커를 크게 켜 놓고 듣는것 보다 헤드폰을 끼고 피아노에 앞에서 혼자 고독하게 듣는 음악이 더 감미롭다.
들으면서 이상한 상상을 한다. 내가 꼭 피아니스트가 된 기분이 든다. 내 뒤에 있는 여러개의 악기들 그리고 내 왼편에 있는 지휘자. 바이엘 상권 26번을 치고 있는 나에게 이런 연주를 언젠가 한다는 막연 기대는 저쪽 구석에 숨겨 놓고 연주가 끝날때까지 손을 피아노에 올린다. 그리고 신금을 울리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그리고 내 뺨을 흘러내린 눈물이 피아노 건반에 떨어 질때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을 더 풍부하게 메아리쳐 울려 내 귀에 다가온다….. 이것이 바로 음악이구나…
그리고 음악이 끝날려고 하면 너무나 아쉽다. 조금 있으면 끝난다는 느낌이 마지막 한음 한음까지 최선을 다해 연주한다. 한음 한음 절대로 흘려 보내지 않는다. 한음 한음에 영혼을 실어 보낸다. 연주가 곧 끝난다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끊임 없이 교차된다. 그리고 마지막 음이 허공에 메아리쳐 은은하게 사라질때까지 내 손은 공중에 머문다. 그리고 브라보라고 외치는 관객들의 환호성에 눈물을 흘리고 무대를 떠난다.
이젠 정말로 클래식 애호가가 된것 같다. 만약 이렇게 팍팍하고 힘든 내 삶에 음악이 없었다면 난 그냥 성공만을 향해 나아가는 기계적이고 메마른 전문경영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아 너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