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음악을 들으면서 할수 있기 때문에.
설겆이를 할때는 대약 10분 이내로 끝내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교향곡의 한 악장을 선택해서 듣는다. 양이 많고 빠르게 끝내기 위해서는 베토벤 교향곡 7번 4악장을 선택한다. 리듬믹칼하고 깔끔한 선율에 박자를 맞추면서 설겆이를 한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신이 나고 다양한 그릇들을 옮기고 닦을때 꼭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을 다루는 느낌이 든다.
음식을 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협주곡을 듣는다. 파스타를 만들때에는 이상하게도 국민악파 음악이 좋다. 정해진 레시피를 사용하고 규칙에 맞게 요리를 한다. 좀 답답하면서도 절제된 미를 가진 파워풀한 국민악파 음악중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면서 요리를 하면 결과가 좋게 나온다. 그러나 틀에 박히지 않고 내 마음데로 있는 재료를 사용해서 창조적으로 요리를 할 때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듣는다. 우울하기도 하고 향수적이기도 하고 밝아 지면서도 갑자기 어두워지는 반전과 함께 많은 다이나믹을 느끼면서 요리를 하면 정말 재미 있다. 밝고 빠른 선율이 들리면 칼질도 빨라지고 조리 과정도 빨라진다. 그러다가 느리고 무거운 부분에서는 조리 과정을 다시 검토하고 간을 보고 한다. 또 아이들을 위한 간식을 만들때는 브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면서 만든다. 장영주씨의 공연 모습을 상상하면서 요리하는 시간은 정말 행복하다.
장기간에 걸려서 음식을 준비할 경우, 예를 들어 오늘 아침에 미역 두봉지를 씻고 칼로 자르는 작업을 했다. 처음 해보고 손이 많이 갈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오늘 아침에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정했다. 일악장부터 무거운 느낌과 함께 시작했다. 미역이 불어 터질것을 예상해서 따뜻한 물로 씻지 않고 찬물로 여러번 씼으면서 모래를 빼내고 도마에 올려 놓고 먹기 좋게 자르고 준비 했다. 좀 짜증이 나고 힘들어 질려고 하는 무렵 아내가 내려 와서 잘한다고 칭찬을 해준다. 그때 내가 좋아하는 4악장의 도입부 부분이 나온다. 그리고 음악이 멋있게 끝나는 것에 맞추어서 정리를 잘하고 마무리 한다.
예전엔 공부하고 배우는 것이 너무 좋고 신이 났었는데 이제는 음악 듣는 것이 너무 좋다. 그리고 한계를 느낀다. 내가 듣고 보것을 적절한 비유를 해서 표현을 정말 잘한다. 그런데 음악은…. 듣고서 표현을 할수 있는 형용사가 별로 없다. 아름답다 혹은 좋다라는 상막한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앞으로 형용사 공부를 더 해야겠다. 그리고 좀 더 책을 많이 읽고 어떻게 표현을 할수 있는지 공부를 더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