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계획을 세우지 않고 되는 일이 없다.” 내 기억이 맞다면 미국 34대 대통령이며 제2차 세계대전의 명장이였던 아이젠하워의 명언이다. 그런데 영어로는 원래 “Plans are worthless but planning is everything”이라고 적는다. 번역에 차이가 있지만 어쨋든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함은 틀림이 없다.
직장생활 만 15년 동안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서류가 있다면 그것은 계약서와 계획서가 읽는 것이다. 계약서를 읽을 때는 공급자로써의 의무, 권리 그리고 소비자로써의 의무, 권리를 밸런스 있게 맞추고, 만약 문제발생시에 적용되는 해결방안과 그것에 대한 책임 및 보상에 대해 정확히 숙지하면 별 문제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약서들은 좀더 섬세해지고 구체적이 되며 완벽해진다. 왜냐하면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손해를 한번 크게 보고 나면 다음번 계약서에는 이 부분을 반드시 수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획서 (혹은 기획안)를 읽을때는 다르다. 계획서는 ‘성공 할것이다’라는 전제로 작성이 되며 성공 했을때 얻을 이익에 대해 (때론 지나치게) 강조를 한다. 반면 실패 했을때 얻어질 손실은 ‘risk assessment’라는 타이틀 아래 몇줄 적는다. 그러면서 실패할 가능성과 요소들을 지적하면 ‘지나치게 비관적이다. 어찌 시작하기도 전에 안될 걱정부터 한다’ 혹은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했는데 어떻게 실패할수 있는가?’라고 대답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계획을 잘 했으니 실패하지 않는다’라는 (이상한) 믿음이다.
내가 지난 만 13년 동안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느낀것중에 하나가 바로 ‘튼튼한 계획서가 성공을 절대 보장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꼼꼼히 체크하고 준비된 계획서 없이 진행해도 성공한 케이스도 생각보다 많았고, 빈틈없어 보이는 계획서를 가지고 계획대로 진행 했음에도 불고하고 실패한 케이스도 허다했다. 다시 돌아보니 (with hindsight) 왜 실패 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계획서가 부실했거나 잘못된것 보다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때의 대처능력부족’이였다.
문제 발생시 ‘나는 완변하게 예상 했는데 어째서 예상대로 일이 벌어지지 않지?’라고 자신에게 질문을 시작한다. 주변환경을 돌아보고 예상치 못한 변수를 찾고 그것에 대한 대응책 마련보다는 자신의 예상이 왜 틀렸는지에 대한 변명 혹은 핑계를 먼저 생각하고 자기방어를 고집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책임전가를 시도하면서 홀로 생존하기에 바쁘다. 그러니 시작한 프로젝트는 삐걱삐걱 거리다 결국 실패로 끝나거나, 얻은 이익보다 손해가 더 많은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아직 학업중인 대학생들도 이런 비슷한 문제를 껵는다. 시험준비를 위해서 배운 내용을 꼼꼼히 체크하고 족보 (past papers)를 구하고 예상문제를 여러번 풀어본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한 학생들중에 시험을 망친이들도 종종 보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예상했던 문제들이 나오지 않은 경우’ 혹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나온경우’에 적절히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해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연륜’과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한 허술한 계획서도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꼼꼼한 계획서는 survivorship bias에 빠지게 한다. 계획에 어긋날때 진행에 오류가 발생 했을때 적절히 대처할수 있는 능력, 바로 이것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