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현지 직원들을 위해서임.
이번 스리랑카 출장을 위해 구입한 음식은 즉석떡국 4개와 즉석누룽지 5개이다. 점심때가 되면 뜨거운 물을 끓여 컵에 부은후에 내 책상으로 다시 가지고 와서 먹는다. 이런 내 모습을 본 현지직원들이 궁금해 하면서 물어 본다. ‘호주 본사에서 온 디렉터들은 이렇지 않고 다 밖에서 사먹는데 왜 브랜든은 이렇게 꼭 인스턴트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나요?’라는 질문에 나는 항상 ‘현지 음식이 나에게 맞지 않아 먹으면 배탈이 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로 돌아가는 직원들을 보면서 난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 ‘바로 너희들 때문이다’라고.
내가 스리랑카에 출장을 와서 일주일 머물면 숙박비가 호주화로 1,300달러 정도 된다. 현지직원들의 평균월급이 호주화로 800달러가 못된다. 즉 그들의 두달치 월급이 내 숙박비와 맞먹는 것이다. 스리랑카에선 중산층이 아니면 평생토록 좋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이렇게 힘들지만 열심히 사는 직원들 앞에서 본사에서 파견 나온 다른 디렉터들 같이 점심때 마다 고가의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고 호의호식을 하는 모습을 그들이 본다면 그들이 심정이 어떨지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8년전부터 난 항상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현지직원들에게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 예약을 지시하지 않고, 그들 앞에서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에 대해 절대 자랑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이런 나의 제스처가 자뻑용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생각 할지 모른다. 배고픔을 겪어본 사람이 남의 배고픔을 이해하는 법이다. 나도 한때 굶주려 본 적이 있고 사과와 비타민 그리고 물로 허기를 달랜적도 있다. 내가 현지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잘못된 우월의식을 버리고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그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자세이다. 호주에선 아무런 문제 되지 않을 나의 행동이 현지인들에게는 상처가 되고 그들이 실족하게 만든다면 난 지도자의 덕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고 생각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