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취업 세미나에 참석 했을때…..

내 속 주머니엔 고용계약서가 담겨진 봉투가 하나 있었다. 이 고용 계약서 (letter of offer)에는 고용인의 이름과 주소 및 생년월일을 적는 공간은 비어 있으며 연봉 ‘$55K plus supeannuation’으로 적혀 있었다. 취업 세미나에서 참석한 학생들중에 졸업을 목전에 두었지만 아직 실무경험은 거의 없고 그래도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에게 주려는 목적으로 가져 왔는데…. 아쉽게도 이 고용 계약서는 봉투에서 나와 빛을 한번 보지 못하고 휴지통에 버려지고 말았다.

직장인에게는 토요일은 황금 같은 날이다. 5일 동안 업무에 시달렸다가 모처럼 가족들과 모여 시간을 가지고 밀린 집안일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소중한 날이다. 그런데 이런 금쪽 같은 8월 6일에 호주금감원에서 근무하는 오준현 선임검사역이 취업 세미나에서 발표를 한다하여 응원도 해주고, 또 요즘 취업을 앞둔 졸업생들은 어떠한지 관찰도 할겸 참석에 흔쾌히 응했다. 대신 나의 참석 여부는 반드시 묵인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혔고 주중에 준비된 고용 계약서를 잘 접어서 봉투에 넣어 겉옷 주머니에 깊숙이 넣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기전에 전신을 거울에 한번 비추어 봤다. 방금 샤워하고 정리하지 않은 부시시한 머리, 면도하지 않은 덥수록한 얼굴, 오래 되어 실밥이 터진 청바지, 10년을 넘게 신어서 색이 바래고 상처가 난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섰다. 오늘의 컨셉은 나이를 많이 먹고 호주에 와서 얼마전 공부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한 유학생이였다. 마치 사마의가 일부러 변장을 하여 방통 같은 컨셉으로 유비에게 나아가 관직을 구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나…

약속 시간에 맞추어서 UTS에 도착을 했다. 오선임이 발표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면서 모교생 두명을 보았다. 같은 대학 출신이니 인사를 건넬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그중 한명이 나를 위아래로 흩어 보곤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의 동향을 잘 살펴 보았는데 대부분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핸드폰만 보고 있다. 졸업생들이 숫기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외무지상주의적 사고를 가진것은 아닌지 의문이 갔고 문득 6년전 일이 생각이 났다.

8년전 UTS에서 취업 세미나에 참석을 같이 해달라는 중국인 친구가 있었다. IT 석사과정을 졸업한 학생들 50명이 모이는 취업 세미나였는데 ‘이들중에 옥석이 있을것이다’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반바지와 운동화 그리고 티셔츠와 책가방을 매고 세미나에 참석을 했다. 세미나가 끝나고 주의를 둘러 보는데 어느 학생이 다가 왔다. 중국에서 뒤늦게 유학을 와서 아직 영어가 서툴지만 최대히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자신을 소개하려는 노력이 가상해서 그의 말에 귀를 귀울였다. ‘학생 같은 차림으로 세미나에 참석을 했지만 학생의 기운을 당신에게선 결코 느낄수 없었다’라고 말하며 ‘한시간에 1달러라도 좋으니 인턴으로 일하고 싶다’고 애기 했다. 우린 다양한 주제로 한시간 가량을 애기 했고 나는 그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 ‘정말 미안합니다. 우리 회사에선 당신에게 인턴쉽을 제공 할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규직을 제공 할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내 가방에서 고용계약서를 꺼냈고 그에게 보여 주었다. 그의 이름과 주소 및 생년월일을 적을수 있도록 비어 있었고 연봉은 $48,000 plus superannuation으로 되어 있었다. 현재 그는 연봉 $170,000를 받는 엑스텔의 최고 네트워크 엔지니어이다.

집으로 돌아와 고용계약서를 휴지통에 버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의 정체성이 제대로 소개가 되었고, 또 내가 취업의 기회를 줄 목적이 있고 고용계약서를 지참하고 있다는 것을 참석자들이 알았다면, 그리고 내가 오래된 청바지와 구두를 신지 않고 제대로 양복을 입고 머리에 힘주고 참석을 했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한국유학생들의 자세는 과연 어떠했을까?’ 이것에 대한 답을 찾고자 굳이 미래에 취업 세미나에 고용계약서를 지참하고 참석할 필요성은 없다는 것이 지금의 내 생각이다.

About Brendon Cho

조후혁의 개인 블로그입니다. 1994년 18살때 호주로 부모님과 함께 이민을 왔고 2002년 통계학과를 졸업 한후 통신 회사 Exetel에 2004년 사원으로 입사, 2009년 최고재무관리자 (CFO)로 임명 그리고 2010년 MGSM에서 MBA를 수료 했고 지금 내부 감사장 (Head of Veracity)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3명의 자녀를 둔 아빠이고 시드니에서 살고 있으며, 클래식 음악과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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