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친밀도’ 테스트이다. 친밀도 테스트 대상은 거래처와 친구를 제외한 지인들, ‘형’ 혹은 ‘형님’이라고 부르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 그리고 나를 선생님 혹은 師傅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홍콩/한국 출장가기전에 personalized 연하장 70부 정도 발송했다. 정확한 비율은 기억 나질 않지만 거래처의 portion이 절반 정도였다. 그중 2부가 RTS (return to sender)가 됬는데 9년 이상 같이 거래해온 주거래처의 우편 주소를 잘못 기입해서였다.
연하장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이 반응한다.
1) 이메일로 receipt 여부를 확인 해주고 감사의 메세지를 보낸다.
2) 전화로 receipt 여부를 확인 해주고 감사의 뜻을 간곡하게 표현한다.
3) 우편으로 연하장을 발송한다.
4) 아무런 반응이 없다.
직장으로 배달된 연하장들을 차곡차곡 정리 해놓는다. 먼저 sorting한다. 하나는 정성스럽게 인사글을 쓴 연하장, 다른 하나는 그냥 내 pre-print된 카드에 그냥 내 이름과 송신자의 이름을 쓴 연하장. 전자는 메세지를 여러번 읽고 벽에 진열한다. 대부분 나와 오랫동안 신뢰로 쌓인 관계를 가진 자들이 personalize된 연하장을 보낸다. 후자는 대부분 거래처에서 발송한것이 많다. 연말에 연하장 발송은 그들에겐 형식적인 연중 행사일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카드들은 잘 포개서 서랍장에 넣어둔다.
연하장을 작성할때 난 수신자와의 지난 일년동안 같이 보낸 시간과 관계 그리고 사건을 다시 한번 회상하는 순간을 갖는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 받는 상부상조의 관계성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선 당연히 메세지가 personalize된다. 그리고 은근히 나도 모르게 내가 연하장을 보내는 이 사람에게서 회신을 받고 싶다는 기대가 생기기도 한다.
연하장 발송 리스트를 준비할때 내가 먼저 관례상 그리고 예의상 먼저 받아야 될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바로 나를 ‘형’ 혹은 ‘형님’이라고 부르는 사람 그리고 나를 ‘선생님’ 혹은’ 師傅’이라고 부르는 부류이다. 그런데 막상 이들에게서 받는 연하장은 극히 극소수이다. 위의 호칭을 사용해서 나를 부르는 사람들이라면 나와 친밀감이 어느 정도 높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연하장 수신 여부와 친밀도는 정비례가 아닌것일까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 (심리학 전공자) 상황분석을 부탁했더니 두가지 possible scenario를 애기했다.
1) ‘친할수록 더욱더 예의를 갖추어라’는 말을 모르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혹은 그냥 자기 편리상 conveniently ignore한 경우)
2) 내게 떳떳하게 무언가 보여줄 실적이 없기 때문에 (혹은 그냥 상대하기 불편해서)
전자는 종종 듣는 말이고 후자는 내게 약간 충격이였다. 친구는 내가 ‘등정주의자’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결과와 실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는 숨막힐수도 있다고 한다. 내세울만한 결과가 없으면 접근조차 하기 힘든 상대로 느껴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서먹서먹해진다고 한다. 서먹해지면 불편한 관계가 되고 나중엔 자연스럽게 멀어지는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내가 정성들여 공들인 두명의 제자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예의를 갖추어 연말 인사를 제대로 했다. 그런데 그들이 적은 글에 공통점은 ‘당신의 기대에 부흥하여……”라는 문구였다. 이들의 눈에는 내가 그들의 평가자로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준 자극 때문에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좋다. 자기들 마음데로 만들어 놓은 평가기준의 잣대에 자신들이 미달 된다고 하여 관계의 단절을 선택한 그들의 결정을 난 그래도 존중한다. 그리고 난 먼거리에서 그들이 성공의 길을 걸으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먼거리에서 소리 없이 바라보고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