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전 황태후에게서 전갈이 왔다. 모든 중신들과 일대일 면담을 하겠다는 통보였다. 황태후는 일대일 면담에 사용 될 질문지를 보냈고 성심성의껏 답하고 직송 상관에게 보내라는 명했다. 명목상으로 위나라의 주인이지만 실권이 없는 황태후와 면담은 그냥 형식적인 것으로 간주 했지만 그래도 나의 입지를 설명 하고자 각 질문에 조목조목 답을 했고 새로운 재상에게 제출을 했고 면담 시기를 기다렸다.
황태후와 장기간의 면담이 시작 되었고 난 현 재상의 과실을 이실직고 고했다. 그의 무능함이 조직 운영이 끼치는 악형향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설명을 했고, 새로운 위왕의 잘못된 인사채용과 봉록정책으로 개국공신들의 원망을 샀고 사기저하 및 생산력 하락으로 인한 파생 효과를 설명 했다. 만 10년전 위왕을 섬기고 가문을 살신성의의 자세로 섬긴 개국공신이며 충신인 사마중달의 간곡한 상소에 황태후는 숨막히는 위기의식을 느꼈고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등을 돌리지 아니한 사마중달의 충성심을 높게 평가 했고 내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나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 ‘제발 나를 져버리지 말고 위나라를 떠나지 말라’. 사마중달은 이렇게 대답했다 – ‘만약 당신이 내가 지금 이 자리를 지킴으로써 황태후의 근심이 조금이나마 덜어진다면 기꺼이 당신 곁에서 변함 없이 보좌 하겠나이다’. 가끔식 사마중달은 자신에게 놀라는 경우가 있다.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인위적으로 상황에 가장 적합한 말을 하는 것인지…..
형식적인 녹봉 인상과 사기 상승을 위한 산해진미는 이미 깊게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기엔 터무니 부족했고 복수의 칼을 주야로 정성들여 가는 사이 칼은 어느새 급소를 소리 없이 찌를수 있는 날카로운 바늘로 변했다. 주군이 개국공신들의 옛 공로를 까마득히 잊어 버리고 소홀히 대접하고 눈 앞에 보이는 이익을 취하려고 대의와 명분 그리고 신의를 저버리고, 이제야 아쉬워서 후회는 하되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할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데, 어찌 사마중달이 마음을 돌려 전 위왕을 섬기듯이 할수 있을까….. 황태후의 우유부단함과 황태자의 기회주의적 사고, 경영엔 관심이 없고 주색잡기와 향락에 빠져 있는 현 위왕과 그의 첩, 그리고 외부에서 그가 끌여 들인 저능아들. 이들 사이에서 지난 2년 동안 풍전등화 같은 운명을 가진 조직을 생존 시키고자한 나의 노고를 누가 알아주고 보상 해줄것인가. 만약 보상을 받지 못한다면 이 억울함을 어떻게 풀것인가…..
인자의 복수는 3대가 걸린다는 말이 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말이 있다. 중이 절이 싫어 떠날때 조용히 떠날수도 있고 떠날때 방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마중달이 생각하는 복수는 이런 단순한 1차원적의 어리석은 복수가 아니다. 조직이 가장 위급한 순간에 직면 했을때, 그 누구도 아무도 그 문제를 해결 할 능력이 없을때, 난 소리 없이 나타나 조직을 환생 시킬 것이며 그때 마치 후한의 헌제가 조비에게 황제의 자리를 스스로 물려 주는 것 같이 나에게 위나라를 조건 없이 헌납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나는 왕권을 극구 사양 할 것이며 다시 재상의 자리에 올라 허수아비 황제를 앞세우고 천하를 호령하는 사마중달이 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인자의 복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