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한장 바뀐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너무나 pessimistic하고 cynical한 view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view임을 난 지난 37년간 믿어 왔다.

신년 계획안을 보면 대부분의 내용은 2013년에 제대로 실행 하지 못한 내용들이 적혀 있다. 그 내용들을 유심히 보면 2012년에 제대로 하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보고서 안에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한다’라는 그럴싸한 표현이 번지르르하게 적혀 있다. 그리고 난 이런 feedback을 항상 한다 – ‘작년에도 제대로 실행치 않고 계속 미루던 일을 달력 한장 바뀐다고 과연 제대로 할수 있다라고 자신 있게 애기하는 근거 발상은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는 건가요?’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수 있다’라는 말을 앞세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런 대답이 나오면 난 그냥 살짝 미소를 짓고 대화를 단절한다.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수 있다’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난 이것을 ‘fool’s hope’라고 부른다. ‘할수 있다’ 혹은 ‘하겠다’는 의지는 일의 시발점이 됨과 동시에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self-assessment의 능력을 약화 시킨다. 예를 들어 현재 나의 physical condition과 limitation을 무시하고 20대들이 하는 격한 운동을 과도하게 시도하면 관절에 무리가 오고 부상을 입을 위혐이 있다. 자신의 물리적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주변 환경을 고려한 실현 가능성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accomplish하면서 성취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적 능력을 초월하는 계획을 세우면서 마치 자기 자신이 수퍼맨이 된것 같은 착각속에 빠져 지내면 자연히 burn out이 되고 지치게 되어 있다. 100% utilization이 productivity와 efficiency를 극대화 시킨다는 착각속에 자기 자신을 혹사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로운 달력에 자기가 무엇을 할것인지 빽빽히 기록한다. 급한 일, 중요한 일, 해야 되는 일 그리고 할수 있는 일들을 combine해서 적는다. 지나친 등로주의 사고는 기록하는 과정중에서 벌써 성취감을 얻지만 시간이 지나면 to-do-list에 적힌 방대한 양에 숨이 막혀 좌절하고 쉽게 포기한다. 많을 계획을 세우는 행위 자체가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 사고를 가지고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삶을 추구한다는 착각속에 많은 사람들은 빠져있다. 인생에 별로 영향력 없는 사소한 일들에 tick을 하고 줄을 긋는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한다. 직장에 출근해서 오늘의 내가 해야 될 일들을 다 마쳤다고 해서 그 사람이 항상 성공 한다는 보장은 없다. 성공과 직결된 일만 목표로 정하고 어떻게 언제까지 이루어야 된다고 머리속에 기억하면 된다.

이렇게 사람들은 많은 것을 한꺼번에 계획하고 한꺼번에 이루려고 한다. 난 이것을 멀티 태스킹 증후군이라고 한다. 아마도 마이크로 소프트 윈도우즈 3.1이 release 되고 새로 생긴 신종 언어가 바로 multi-tasking일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마치 멀티 태스킹이 경영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될 prime quality중에 하나라고 믿어 왔다. 원래 멀티 태스킹의 정의는 컴퓨터의 CPU가 시스템의 resource를 작업량에 맞게 할당 해서 여러개의 작업을 동시에 실행 함으로써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두뇌가 정말 멀티 태스킹을 컴퓨터 같이 소화 가능할까? 정답은 ‘아니오’이다. 인간이 하는 멀티 태스킹은 단순히 작업 A에서 작업 B로 전환하는 것이며 작업과 작업 사이의 전환 시간이 짧고 작업의 숫자가 많을때 멀티 태스킹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 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 할때 라디오를 듣고 머리를 감으며 양치질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직에서 일어 나는 일들은 이렇게 습관에 의해 자동적으로 실행 되는 일들이 아니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계획 해야 되면 방해를 받으면 흐름이 깨지고 그 흐름을 타기 위해선 다시 집중 해야 된다. 그래서 난 예전부터 멀티 태스킹을 지지 하지 않았다.

그럼 위에서 나온 단어 ‘습관’을 한번 생각 해본다. 신년 계획이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통계적으로 보면 작심삼일을 effective period는 10.2일이다. 결국 큰 마음 먹고 계획한 일들은 10일 정도 되면 steam이 빠진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책들이 성공적인 습관을 가지려면 적어도 66일에서 많게는 90일 동안 꾸준히 하라는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지속적인 시도에서 불변하는 습관의 경지에 이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겠다는 그리고 할수 있다는 불굴의 의지는 신체적 제약 때문에 무너지고 또 많은 것을 한꺼번에 계획하고 실행 함으로써 에너지 소모와 집중력 하락으로 결국은 두손 두발을 놓게 되는 것이 신년계획 증후군이다.

사람들이 나의 신년 계획이 무엇인지 물어 보면 난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 ‘Do what I can’. 그러면서 좀더 구체화 해달라고 말하면 난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 Don’t do more than what I can’. 너무나 단순하고 성의 없어 보이는 것 같을지 몰라도 결과가 증명 해준다. 100가지를 계획하고 90개를 fail하고 10개만을 성취해서 10%의 승율을 올리는 것보다는 10가지를 계획하고 10개를 완벽하게 이루어서 100%의 승율을 올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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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Brendon Cho

조후혁의 개인 블로그입니다. 1994년 18살때 호주로 부모님과 함께 이민을 왔고 2002년 통계학과를 졸업 한후 통신 회사 Exetel에 2004년 사원으로 입사, 2009년 최고재무관리자 (CFO)로 임명 그리고 2010년 MGSM에서 MBA를 수료 했고 지금 내부 감사장 (Head of Veracity)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3명의 자녀를 둔 아빠이고 시드니에서 살고 있으며, 클래식 음악과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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