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낀점은 바로 너무 많은 것을 한시간이라는 제한 된 시간안에 ‘융합’이라는 단어 아래 너무 많이 넣으려는 것이다. 꼭 지난 수요일에 관람한 말러 교향곡 5번 같이. 연주 시간은 길고 오케스트라의 스케일이 커서 웅장함은 있으나 너무나 많은 테마가 있고 섞여 막상 연주가 끝나면 단 한 멜로디 조차 기억 불가능한 곡같이 내 강의 내용과 구조가 변하고 있었다.
2013년 11월 30일 토요일 오후 4시 30분에 20명의 UNSW 대학교에 소속된 호주 최고의 경영행정 대학원 AGSM의 MBA에 등록한 20명의 엘리트들 앞에서 강의를 해야 되는데 은근히 위축 되었다. 학생들의 프로파일을 보니 화려한 경력관 연륜 때문에 학사 과정을 하는 3학년 풋내기(?)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걱정과 두려움이 머리속을 왔다갔다 했다.
아마도 오늘 아침까지 강의 노트를 제정리한 숫자가 5번을 초과 한것 같다. 지난 2번의 대학 강의 때에는 단 한번의 리허설도 없이 그냥 당일 자신 있게 강의를 할수 있었다. 그런데 청충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됨을 미리 알았으니 청중의 수준에 맞게 강의 내용을 조절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5번이나 강의 노트를 수정 한것이다. 그런데 첫번째 준비한 강의 노트와 5번째 수정한 강의 노트를 비교해보니 내용도 비슷하고 구조도 비슷했다. 아마도 초심으로 돌아온 것같다 – 서중석 교수님께서 ‘학생은 이겨야 될 대상이 아니라 품어야 될 대상이다’라고.
오늘 저녁에 아웃라인을 point form으로 제 정리를 하고 서교수님께서 보내 드리고 feedback을 받을 생각이다.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슬라이드 제작에 지나친 집중 보다는 강의 내용을 충실하게 해서 학생들이 나에게 집중하고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감성을 자극하고 오래 동안 기억에 남을 강의를 하고 싶다. 그날 저녁 강의를 마치고 머리속에 생각이 많아 오랫동안 잠을 설치게 만들고 싶다. 그들에게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올바르고 이상적인 경영인의 자아상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이들이 단순히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계획하고 선두에 서서 소매를 걷어 붙히고 솔선수범하여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는 꿈을 꾸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