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향을 언제 처음 시드니에 봤던가… 아마도 2011년 9월 봄이였던것 같다. 시드니 주안 교회에서 초청을 했고 도착 첫날 저녁 대접을 준비하기 위해 아침 출근길에 소향에게 전화를 했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고 물어 봤을때 그녀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아주 밝고 명쾌한 목소리로 ‘랍.스.터.’라고 대답 했다. 내가 아무리 자주 가는 정통 일식집이지만 당일 타즈마니아에서 신선한 랍스터를 잡아 시드니로 비행기에 태워 보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당황하는 것을 눈치 챈 소향은 친절하게도 ‘전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라고 웃으면서 대답 했지만 난 긴장을 늦출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거나 잘 먹는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식성이 대부분 까다롭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메뉴 선정에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날 저녁 소향과 소향 시부모님과 많은 애기를 나누었고 좋은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소향과 저녁을 먹으면서 여러가지를 애기했다 – 여태까지의 삶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들. 내가 소향은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라고 불리는 (나는 종종 소향에게 셀린 디온의 머리 끄댕이를 화악 잡아 땡길 천상의 목소리와 가창력을 가진 자라고 애기한다) 뛰어난 CCM 가수라고 알았는데…. 순간 매트릭스 영화에 나온 에이전트 스미스의 말이 생각 났다 – ‘Appearance can be deceiving’. 단정하게 올린 머리, 까무잡잡한 피부, 동그란 눈과 자신감 넘치는 밝은 목소리와 뛰어난 유머감각은 순간 ‘끼’있는 연애인(?)이라는 선입견을 세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보다 한살 어린 그녀는 나보다 더 크고 넓고 깊은 세계관과 안목을 가지고 있었으며, 순간 소향이 삼국시대때 남자로 태어 났으면 제갈량과 사마의가 빛을 보지 못했을것이고, 소향이 프랑스 대혁명 시대에 태어나 나폴레옹을 보좌 했다면 아마도 유럽에서 러시아까지 다 프랑스 제국이 됬을 것이고, 소향이 후기 낭만 시대에 태어 났다면 라흐마니노프가 소향을 위해 많은 가곡을 썻을 것이라고….. 그날 저녁 식사를 기분 좋게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 ‘소향은 나중에 영화를 만들던지 책을 쓸 것이며 단순히 가수로써 인생을 마칠 사람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했는데….. 얼마전에 안부 인사를 묻는데 ‘책이 곧 출판 된다’라는 말을 듣고 마냥 뿌듯 했다 – ‘역시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라는 나의 선경지명에 자화자찬을 하면서 🙂
9월 중순에 회사로 우편물이 배달 됬다. 한국에서 온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우편물을 여는데 아니다 다른까 소향이 보내준 책이다. 참고로 소향은 글씨를 참 예쁘게 잘쓴다. 친절하게도 ‘Brendon 집사님! 언제나 평안하세여, 화이팅! 플로스 뉴에오 에이테 (빛으로 늘 평화하라)’ 메세지를 적었고 큼지막하게 사인을 책 안표지에 했다. 빨리 읽고 감상문 (혹은 독후감)을 보내지 않으면 왠지 혼날것 같은 거룩한 부담감을 가지고 난 날짜를 잡아 책을 읽기 시작 했다. 한장 한장을 넘기면서 난 소향의 표현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머리속에 생각난 단어가 바로 ‘text painting’이다. 말 그대로 바로 문장을 읽으면서 머리속에 생생하게 visualize (시각화)가 된다. 그리고 소향의 입체적 표현력은 꼭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가 드뷔시의 음악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렬한 감성 자극이 아닌 암시와 분위기에 촛점을 맞추고 생동감 있는 표현과 함께 다이나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다음 책장을 넘기고 싶은 충동을 갖게 한다. 그럼과 동시에 읽었던 책의 뒷장으로 다시 돌아가 다시 한번 읽으면 처음엔 파스텔톤의 visualization에서 좀더 뚜렸한 라인과 색상이 그려지며 투명성과 선명함이 더욱더 강해진다. 그리고 매번 읽을때마다 머리속에 형성 되는 그림이 틀려진다. 꼭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들을때마다 매번 신선한 느낌이 드는것처럼….
마지막 12번째 chapter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소향이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재미 있게 한장 한장을 읽고 있는데 클라이막스 올라가는 바로 그 직전에 첫권을 이렇게 야박하게 끝내다니….. 하긴 원래 아쉬움이 가득한 이별은 다음의 만남을 고대하게 한다고 했으니,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아 헤메듯이 크리스털 캐슬 2권을 간절히 기다려 보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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