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어로 대화 할때 가장 힘든 순간은

바로 상대편의 영어 수준에 맞추어서 내 영어 실력을 낮추어야 할때.

개구리가 올챙이적 시절을 결코 잊지는 않는다. 나도 영어를 못해서 버벅 거렸던 순간이 있고, 의사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망신을 당한적도 손해를 본적도 있었고, 또 영어라는 장벽에 숨이 막혀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여러번 있었다. 하지만 더는 아니다. 간결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겸비한 표현력과 어휘를 글로 쓸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과 직접 대면 하는 순간에 영국 귀족 집안에 어렸을때 입양 된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엑센트와 화술을 이제는 사용한다. 내가 쓴 글에 그리고 내가 말한 몇마디에 조직의 방향이 바뀌고, 직원들의 사기가 순식간에 상승 되며, 위기의 순간에서 기회를 보게 만들며, 불리한 조건을 제시한 상대편이 마음을 녹여 갑과 을의 관계에서 서로 상부상조하며 win-win하는 관계로 전환이 된다.

이런 내가 가끔식 곤욕을 치루는 경우가 있다. 바로 오늘 오후였다. 내일부터 시작 될 중요한 업무들을 점검하기 위해서 집에 일찍와서 마음을 가다듬고 업무 일지를 작성하려고 하는데 교회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느 외부 손님이 와서 교회 담당자를 찾고 오후 3시에 미팅이 있다고. 목사님은 영어를 잘 못하시니 방문자와 직접 통화를 하기 위해 전화를 바꾸어 달라고 했다. 첫 시작부터가 순조롭지 못했다.

목소리를 들으니 나이는 상당히 먹은 히스테리칼하고 짜증이 가득한 늙은 아줌마가 연상이 되었다. 난 내 이름을 정확하게 애기를 하고 상대편의 이름을 물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아무개냐고 물었다 (물론 자신의 이름은 말하지도 않은체). 난 내 이름을 다시 애기하고 나는 당신이 찾는 아무개가 아니다라고 정확이 애기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은 내가 말한 것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고 계속 반복 했다. 이것을 보고 자신이 기대 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을때 쌩뚝 맞게 능청을 떠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고 교양이 없는 호주인들의 3류 저질 화술이다. 그래서 난 ‘당신이 있는 곳이 씨끄럽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것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라고 애기하니 더 이상 발뺌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애기만 일방적으로 늘어 놓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주 간단하게 잘랐다 – 난 당신이 찾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이 찾고 있는 사람이 난 누구인지 모르고 그 사람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난 호주 교회 소속이 아닌다. 난 당신을 더 이상 도와 줄수 없고 당신의 상황을 들을 이유도 없고 들어도 난 아무런 것을 할수 없다’라고. 이제서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순간 상대를 잘못 고른것을 알고서 머뭇거리며 뒷걸음짓을 치기 시작 했고 시작과는 달리 좀더 예의를 갖추면서 애기를 하려 했지만, 이미 불쾌함에 극치에 도달 했고 오후 스케줄 소화에 집중하려는 내게는 더 이상의 이해와 관용을 배풀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통화는 거기서 마무리 지었다.

내가 국민학교 5학년때 마키에빌리의 군주론을 읽고 한가지 터특한 것이 있었다 – 누군가에게 도움을 얻고자 할때는 도움을 주는 자가 스스로 자비와 은혜를 베푸는 느낌을 가지게 해야 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도움을 주는 자에게 약점을 잡히게 되어 나중에 비굴해지고 자존심이 상하며 관계가 틀어질 경우 회복이 힘들어지며 등을 돌리며 영원한 적이 될수도 있다. 이것을 쉽게 풀어서 애기하면 ‘도와주세요’라는 입장이 아니라 상대편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것이 훨씬더 훌륭한 전략이다. 상대편이 이런 마음이 들게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도구가 ‘공손함을 내포한 말’인것이다. 물론 오늘 낮에 나와 대화를 한 늙은이는 ‘공손함을 내포한 말’을 할줄 몰라 내가 한걸음 더 나아가 도와 주려는 나의 의지를 막았다. 이런것을 보고 자업자득이라고 한다. 그리고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도 여기에 적용 된다.

아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공손함을 내포한 말’은 나에게 굽신거리거나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해서 내 비위에 거슬리지 않게 아첨하라는 뜻이 절대로 아니다. 전화상에서 공손함은 상대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에 대한 대답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 해야 되는 말을 일방적으로 하고, 상대편의 말과 질문엔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과는 대화가 되질 않는다. 바로 이런 순간이 내가 영어로 대화 할때 가장 힘든 순간 들이다.

About Brendon Cho

조후혁의 개인 블로그입니다. 1994년 18살때 호주로 부모님과 함께 이민을 왔고 2002년 통계학과를 졸업 한후 통신 회사 Exetel에 2004년 사원으로 입사, 2009년 최고재무관리자 (CFO)로 임명 그리고 2010년 MGSM에서 MBA를 수료 했고 지금 내부 감사장 (Head of Veracity)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3명의 자녀를 둔 아빠이고 시드니에서 살고 있으며, 클래식 음악과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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