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젠 잘 모르겠다. 그냥 조용히 숨죽이고 몸을 낮추고 기회를 엿보는 것밖에는…..
지난 13개월 동안의 허수아비 왕을 세운 위나라는 이제 슬슬 다음의 정권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조조의 둘째 부인의 오빠를 위왕으로 세우려고 계획중이다. 현재 허수아비 왕을 평화롭게(?) 폐위 시키기 위해서 그에게 많은 금은보화를 하사하여 그가 반란의 마음을 품지 못하게 준비중이며, 새로운 왕은 신진세력을 외부로 부터 끌어 들이는 준비를 소리 없이 실행중이다. 그중 한가지가 자신의 첩을 보자관으로 삼고 자신과 연관된 사람들에게 벼슬 자리를 내려서 그들과 비밀리에 금전적인 뒷거래를 꾀하고 있다.
이렇게 짜고 치는 포커판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한 내가 현재 할수 있는 것은 딱한가지 – 바로 알면서도 모른척하며, 웃으면서 때론 진지하게 정권교체에 박자를 맞추어 주고 지원 사격을 하는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하는 것일까? 이유는 바로 살아남기 위해서다. 적토마와 방천화극을 가진 여포가 아니고서야 100명을 혼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일개벼슬아치가 한 나라의 정책을 바꿀수 없으며, 더군다나 정의와 진리라는 명분만을 앞세운 백면서생의 영향력은 절대적으로 미비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무런 힘도, 권력도, 돈도 없는 평범한 직원이 정권교체로부터 파생된 잘못된 폐단을 질타 한다고 하면 그자는 파직이 될것이며 그 조직에서 제거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죽어선 아무 것도 할수 없으니 잠시 몸을 사려 피한후에 다음의 반격의 기회를 노린다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현명한 처사다.
내 자신을 이렇게 위로한다 – ‘만약 내가 갈아 놓은 칼날 위에 내 목숨을 끊을 용기가 있다면,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감성적인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고, 자존심은 내 책상 3번째 서랍 구석에 쳐밖아 놓고, 그냥 흐름을 따라 가늘고 길게 살아가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것이다’라고. 그러면서 난 뒷말을 이렇게 흐린다 – ‘사마의는 조씨 가문을 4대째 섬겼고 나중에 막판 뒤집기로 한방에 승부를 냈다’라고. 작년 2월에 돌아가신 위왕, 그리고 그 뒤를 이른 임시 방편의 허수아비 위왕, 그리고 돌아가신 위왕의 두번째 부인의 오빠까지 따리면 이제 3대째 섬기는 것이 된다. 그럼 4대째는 누구일까? 4대째 위왕이 나오기 전에 위나라는 촉나라나 오나라에게 흡수 되지는 않을까….. 그럼 나도 관중과 같이 되는 것일까? 비루한자, 변절하는 자, 기회주의자, 그리고 충성치 못한자… 어떤 소리를 들어도 좋다. 끝까지 살아 남아서 한번에 뒤집으면 된다. 그리고 그 날이 반드시 온다. 아니 그 날을 난 찾을 것이고 그 날이 내게 오기전에 내가 그 날을 향해 갈것이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기회는 기다리는자에게 오는거고
준비된자만이 그것을 삼아서 승기를 잡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