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식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어 보면…..

정말 재미 있다. 오늘 아침 예린이를 피아노 교습 때문에 이스트우드에 데려다 주고 오래간만에 혼자 이렇게 카페에 앉아서 long black을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의 2악장을 들으면서 즐기려는 순간….. 이어폰을 않가져왔네.. 애궁. 그래서 블로그에 올림 글들을 재정리하기 위해서 아이패드를 폈는데 주의 사람들의 대화가 내 귀에 들어온다.

나이 지긋이 드신 어르신들이 내 왼쪽에 앉아 있다. 남자 어르신 한분 여자 어르신 두분의 대화 화제의 중점은 바로….. 옛날 애기. 고등학교때 땅콩과 라면을 주머니에 넣고 군것질 하던 내용, 자신의 입맛이 변한 애기, 먹는 애기, 전혀 영양가도 가치도 의미도 없는 재미 없는 내용에 억지로 흥미로운척 재미 있는척 인위적으로 반응하는 두분의 여자 어르신 한분.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다른 세계에서 몽상을 하고 계신 다른 여자 어르신 한분.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나이가 60이 넘고 토요일 이른 아침에 카페에 앉아서 옛날 애기하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내 눈에는 이것이 인생의 말년을 즐기는 여유가 아니라 시간이 남아 돌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잡답으로 시간 낭비를 보내는 것 같이 내 눈에는 비취어졌다. 아마도 현실주의적 실천/실용주의 색안경을 낀 나이기 때문에 이런 삐딱한 해석이 나올수도 있다. 어쨋든 내 인생의 노년이 저렇게 된다면….. 아니 생각조차 하기 싫다.

내 앞에는 중년 커플이 앉아 있다. 탁자 위에는 수북한 빵을 쌓아 놓고 아무말 없이 먹기에 집중한다. 전광석화로 탁자에 놓여 있는 빵을 순식간에 해치운 그들은 아무말 없이 커피를 마시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어간다. 상대편이 존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중년이 되었을때 내 아내와 이른 토요일 아침에 마주 앉아 빵만 입에 꾸역꾸역 쳐넣고 핸드폰을 꺼내 애니팡에 집중하는 모습을… 아니 생각조차 하기 싫다.

내 왼쪽 상단 옆에는 20대 후반 여자들이 앉아 있다. 명품 가방에 팔랑 거리는 녹색 원피스를 입고 진하게 눈썹을 그린 그녀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친구랑 애기하는 내용을 들어보니 박시후 사건과 한국 드라마 애기, 연애인 애기가 한창이다. 시간이 좀 지나니 자기 자식들 애기를 하는데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않되는 딸을 둔 엄마임이 분명한데 같은 반 학부형에 대한 뒷담화가 장난이 아니다. 등교길에 옷차림과 화장이 무슨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 같다는 둥 (내가 보기엔 자기도 만만치 않다) 선생님한테 잘 보일려고 치맛바람이 장난이 아니라는 둥 벼러별 애기가 다 나온다. 주영이도 친구들이랑 모이면 이런 애기를 한다면… 아니 생각조차 하기 싫다.

내 오른쪽 상단 옆에는 30대 후반 남자들이 앉아 있다. 여기서 오래 산 이민자 자녀들 같다. 대화 내용을 들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냥 들을 가치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들은 재미 있다고 주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애기를 들어 달라는 확성기 수준의 목소리로 아랑곳 하지 않고 지껄인다…. 내가 30대 후반에 이런 정신나간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토요일 이른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잡담한다면…. 아니 생각조차 하기 싫다.

인생은 짧다. 한순간 한순간 정말 소중하다. 내가 인생을 피곤하게 사는지는 몰라도 난 매순간 생산성과 효율성 그리고 능률 향상에 집중한다. 지금 내가 이런 소음에 쌓여서 집중하며 이 블로그를 쓰고 있는데 얻는 것은 바로 무엇인가? 지긋하게 나이를 먹었을때 난 이른 아침부터 ‘내가 왕년에 이랬는데’라는 비생산적인 회상을 하고 싶지 않다. 중년이 되었을때 주영이랑 따로 개인 플레이 하고 싶지 않다. 겉만 번지르르한 된장녀/골빈년들에게 눈길이 갈 만큼 미성숙한 남자가 되고 싶지 않다. 인생에 영양가 없는 사람들과 영양가 없는 무용담을 늘어 놓으면서 잘난척하면서 스스로를 과시하는 졸장부가 되고 싶지 않다.

이제 슬슬 예린이 데리러 갈 준비를 해야겠다. 이제 이렇게 탁한 공기와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다.

About Brendon Cho

조후혁의 개인 블로그입니다. 1994년 18살때 호주로 부모님과 함께 이민을 왔고 2002년 통계학과를 졸업 한후 통신 회사 Exetel에 2004년 사원으로 입사, 2009년 최고재무관리자 (CFO)로 임명 그리고 2010년 MGSM에서 MBA를 수료 했고 지금 내부 감사장 (Head of Veracity)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3명의 자녀를 둔 아빠이고 시드니에서 살고 있으며, 클래식 음악과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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