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자기가 한국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라는 직업 때문에 그리고 이것으로 파생된 자부심과 노파심에 의해서, 내가 정통 프랑스 요리와 일본 요리를 좋아하는 사실이 꼴도 보기 싫어서 이렇게 나에게 애기를 했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말한 것중에 ‘한국 요리가 세계 시장에 진출은 했지만 프랑스와 일본 요리와 같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지 못한 이유는 바로 와인과의 부적절한 조화와 반찬 개념의 음식 그리고 요리간의 조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발끈 했을수도 있다. 나의 와인과 음식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자격조건을 들먹인 그에게 내가 과연 반격하지 않았을까? 당연히 했지.
조선 시대의 허균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바로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만든 작가이다. 그는 신분 때문에 주류 사회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했고 이런 권력소유에 대한 갈망과 출세욕을 먹을것으로 대처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허균은 조선시대 최초의 음식 칼럼니스트였다. 이런 일화가 있다. 허균의 사촌을 불법으로 과거에 합격 시켰다는 이유로 조정에서 그는 유배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허균은 이때 새우와 게가 많이 만다는 이유로 전라도 익산으로 유배지로 선택 했다고 한다. 여기서 허균은 자신이 먹어본 산해진미의 맛을 떠올리면서 집필한 책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조선 최촉의 음식품평서 ‘도문대작’이다. 이 책에선 94종의 조선 팔도의 명물 토산품과 별미 음식을 소개한다 (내가 여기서 기억하는 것은 단 한가지 바로 여주의 칼국수 밖에 없지만).
그는 입을 다물었다. 조선 최초의 음식 품평서를 집필한 작가의 이름도 모르고 읽어 본적도 없고 고국의 94가자의 명품 토산물과 별미 음식을 모르면서 어떻게 남의 나라 음식이 한국 요리 보다 못하다고 쉽고 가볍게 평가를 할수 있을까? 난 프랑스 요리와 일본 요리가 한국 요리보다 월뜽히 뛰어나다라고 말한적이 없다. 난 세계 시장의 관점으로 봤을때 한국 요리가 다른 나라 요리보다 주목을 받지 못하는 취약점을 객관적으로 말한 것 뿐이다. 각 나라의 음식은 각 나라의 고유 정통 양식과 문화를 표출한다. 그리고 난 이것을 존경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 한국인이니 한국 음식만을 좋아하라고 강압적으로 맹목적으로 요구를 하는 것은 용납이 않된다. 뿌리를 알고 역사를 알아야 전통성과 정통성을 주장 할수 있는 것이다. 허균도 모르면서 무슨 나에게 충고를…. 무식한 것인지 용감한 것인지 아니면 무식해서 용감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