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국민학교 5학년이 읽은 만한 책은 아니다.

눈득 기억이 났다. 내가 홍제 2동 (3호선 무악재역 근처)에서 살았을때 홍제역 근처에 있는 작은 서점이 있었다. 지금도 그 서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있다면 그 서점 주인 아저씨께 감사의 인사를 한번 꼭 드리고 싶다. 바로 나에게 좋은 책을 일찍 소개 시켜 주셨기 때문이다.

국민학교때 내가 줄곳 찾았던 곳은 지금 신연중학교 바로 옆에 있는 도서관이다. 지금도 물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가서 책을 속독으로 읽는 것을 너무나 즐겼다. 그리고 도서관에 없는 책들 (일본 만화를 사전화 시킨 책들 – 마징가 Z, 그랜다이져, 건담 그리고 마크로스)은 작은 서점에 가서 오랫동안 쭈그려 앉아서 암기를 하고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애들에게 군사기밀마냥 애기하곤 했다.

내가 국민학교 5학년때였다. 비오는 날인데 집에 가면 아무도 없고 해서 서점으로 갔다. 나를 보면서 서점 주인 아저씨가 하는 말 ‘또 왔니?’ 별로 반갑지 않는 말투였다. 그냥 공손히 인사하고 가방을 문앞에 내려 놓고 만화책이 있는 곳으로 갔다. ‘오늘은 쿵후소년 용소야를 꼭 끝내야지’라는 다짐을 가지고 바닦에 앉았는데… 어 이문렬씨의 삼국지가 보였다. 세상에 8권인가 10권인가?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데 여태껀 난 소년 삼국지라는 축소판을 읽은 나에겐 아주 신선한 충격이였다. 앉아서 1권을 읽었다. 그 다음날도 어김 없이 서점을 찾았다. 아마도 3주가 지나서 전권을 다 읽었다. 마지막 권을 덮은 후에 난 생각했다. ‘나도 조조 같이 난세의 효웅이 되겠다’고.

그 순간부터 만화책은 접었다. 역사서나 위인전에 관심을 더 쏟게 되었다. 그런데 동양의 역사서 (일본의 전국 시대 애기는 제외하고)중 삼국지 만큼 나에게 감동을 준 책들이 없었다. 손자병볍도 읽었고 대학도 읽어으며 사마천의 사기 그리고 관우가 즐겨 읽었던 춘추서도 읽었다. 뭐라고 할까 내가 갈망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영웅, 죽어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전설적인 영웅의 상을 찾고 있는 것이였다’. 동양에선 조조를 찾았고 (후에 사마의로 바뀐다) 서양에선 프랑스의 첫 황제 나폴레옹을 찾았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난세의 영웅이 되는 지침서’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서 어느 날 풀이 죽은 모습으로 서점에 갔다. 평상시와는 달리 맥빠진 모습을 본 주인 아저씨가 안경 너머로 심각하게 쳐다보면서 한 말씀 하신다 ‘오늘은 책벌레가 맥아리가 없네’. 그래서 난 대답 했다. ‘저 내일부터 이 서점에 오지 않을겁니다. 여태까지 도서관 같이 꽁자로 책보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주인 아저씨가 또 물었다 ‘왜 앞으로 더 오지 않을꺼니?’ 난 주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찾고 싶은 책이 없어서요. 제가 찾고 있는 책은 조조와 같이 나폴레옹가 같이 난세를 주름 잡는 효웅이 되는 지침서입니다’. 주인 아저씨의 침묵은 오랫 동안 지속 되었다. 눈을 지긋히 감으시더니 나에게 일주일후에 다시 오라고 하셨다.

일주일후에 나에게 주신 책이 나로 르네상스 시대의 초연소 이태리의 외교관 니콜라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라는 책이였다. 이 한권이 책이 지금 2011년의 조후혁을 만드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책이다. 주인 아저씨의 말씀으론 이 책을 국민학교 5학년이 읽고 이해 하기 힘든 책이라 하셨지만 난 그 책을 읽을때 꼭 나를 위해 쓰여진 책으로 느껴졌다. 딱 한번 읽고 태워 버린 책이지만 (읽고 나서 나의 사상이 예전 같이 말고 순수하고 더 이상 깨끗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때 심어진 사상은 내 머리와 마음속에 항상 맴돈다. 이것이 삶에 적용 되고 나를 좀더 권모술수에 능하며 시대의 흐름을 읽고 준비하여 사람의 마음을 조정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것 때문에 내가 지금 현재 오른 사회적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나 그 과정 중 파생된 나쁜 영향들에 대해 후회 한적 단 한번도 없다.

About Brendon Cho

조후혁의 개인 블로그입니다. 1994년 18살때 호주로 부모님과 함께 이민을 왔고 2002년 통계학과를 졸업 한후 통신 회사 Exetel에 2004년 사원으로 입사, 2009년 최고재무관리자 (CFO)로 임명 그리고 2010년 MGSM에서 MBA를 수료 했고 지금 내부 감사장 (Head of Veracity)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3명의 자녀를 둔 아빠이고 시드니에서 살고 있으며, 클래식 음악과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This entry was posted in Uncategorized. Bookmark the permalink.

Leave a Reply

Please log in using one of these methods to post your comment: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