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 한국 돈으로 거의 10억 정도 되는 규모의 일을 처리했다. 그런데 별로 기쁘지가 않다. 왜 그럴까?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내 돈이 아니니까’.
2009년 4월 3일 회사의 재무관리이사 CFO로 정식 임명이 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CFO가 되기전에 내가 이룬 공적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른다. 어떤 일은 금액으로 따지면 내 연봉의 2배 혹은 3배나 되는 금액이다. 쉽게 애기하면 내가 한건을 제대로 해결하면 회사에서 나에게 지급 되는 연봉을 그냥 recover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전엔 이런 공을 많이 세우면 정말 기쁘고 행복 했는데… 지금은 많이 기운이 빠진다. 왜냐하면 내 노력의 댓가는 별로 별 볼일이 없으니까…..
그냥 난 7년 반동안 남 돈 벌어주는 일을 잘 한것 같다. 나는 의로운 사람이고 은혜를 알고 눈가리고 아옹하지 않으며 육신의 종을 하나님 섬기듯이 한다는 자부심 아래에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선 주주 이익 중심의 경영 방침에선 나같은 일등공신은 이용가치가 아주 방대하다. 이런 것을 알면서 여태컷 이용을 당해주고 애용을 받은 내 자신이 가끔씩 비참해 질때가 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과연 해야 될 것인가? 내가 바라는 것은 바로 단 한가지 – 회사가 다른 회사에게 팔리는 것이다. 이런 과정중에 난 계약직으로 얼마간 transition period를 도울 것이다. 그리고 나서 난 위에서 무엇이 내 입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아주 비굴하게 구걸을 하는 입장이 될것이다. ‘적어도 내 일년 연봉은 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끝까지 남을 것이다. 여태까지 내 인생을 여기에 투자한 것이 아까워서…. 아 정말 비겁한 나의 모습… 한숨이 그냥 팍팍 나온다.
스스로 재상의 덕목이라 하여, 스스로 난 왕의 재목이 아니라 하여 남의 밑에서 남 좋은 일을 해온 나를 보니 자본주의의 아주 모범적인(?) 케이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난 스스로를 사마의랑 흡사하다 여기면서 제갈량 같은 소심한 사고를 한다. 이러니 내가 어찌하여 과연 큰 그릇이 될수 있다는 말인가….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볼 순간이 왔다. 결정을 해야 된다. 지금 회사를 당장 그만두고 다른 것을 찾는 것에 대한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재상의 덕목이다’라는 아주 화려한 미사여구 앞에 내 자신을 깨트리고 앞으로 어떤 자세를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야 되는지 이 부분을 다시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