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어서 그런가? 정신력이 약해져서 그런가 게을러져서 그런가 난 잘 모르겠다. 이것저것 할것이 많은데 요즈음 와서 제대로 끝내는 것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한가지 애기하면 독서이다. 처음 시작한 책을 끝까지 가지 못한다. 꼭 4분의 3을 읽고 끝낸다. 요즈음 서적들은 옛날 서적들과 비교해 보아서 깊이가 많이 얕아져서 금방 흥미를 읽고 머리속에 오래 머무르질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흥미도 금방 떨어진다. 이것을 작가의 책임으로 돌릴수는 없음이 당연하다. 뭐라고 할까 예전에 가졌던 성취감, 바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그 기쁨과 희열을 느껴본지 참 오래 된것 같다.
드라마도 마찬 가지이다. 절대로 띄엄 띄엄 보는 법이 없었다. 주인공이 말하는 한 대사 한 대사 메모해 가면서 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경영인의 모습을 만드는데 접목 시켰다. 그러나 이제는 그냥 중요한 부분만 보고 주인공이 나오는 부분만 본다. 쉬엄 쉬엄 대충 대충 이것이 좀더 나에게 익숙해져간다.
일도 마찬가지이다. 눈에 보이면 그자리에서 끝냈다. 내일로 미루지 않고 오늘 끝장을 본다. 그런데 이제는 내일 하면 되지 하면서 그냥 대충 넘긴다. 하기 싫고 귀찮은 일은 남에게 준다. 그것을 나는 역활 분담과 작업 지시라는 아주 유치한 용어를 사용해서 내 자신을 방어하고 변명한다. 이게 얼마나 추한 나의 모습인가.
음악도 그렇다. 협주곡이나 교향곡은 내가 좋아하는 악장만 듣는다. 좋아하는 부분은 귀를 기울이고 신경 쓰면서 듣지만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부분은 그냥 흘려 듣는다. 예전 같이 들으면 더 듣고 싶고 더 알고 싶은 마음 보다는 유명한 부분을 잘 기억해서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면 그 곡이 무었인지 맞추는 재미가 더하다. 다시 한번 정말로 유치하다.
할껏이 너무나 많다. 서양 미술 역사, 서양 음악사, 음악의 장르, 일반 상식, 경영 서적, 일본어와 이태리 언어, 의학 용어 암기, 와인 공부, 유럽 역사와 지리등 할것이 너무나 많은데 실행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지 않고 무엇을 언제까지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고 어떻게 정리 할것인지 대충 청사진만 만들어 놓았을뿐 여태까지 제대로 한것이 하나도 없다. 뭐라고 할까 먹지는 않는 떡을 그냥 젓가락으로 한번 기분으로 푹푹 찔러보는 아주 치사하고 더러운 행동이라고 할까나… 돌아가시겠네.
다시 한번 비겁해 진다. 나이 먹어서 그런것 같다. 날씨 탓인것 같기도 하고. 능률도 떨어지고 열정도 식어 간다. 파라다임 쉬프트가 필요한데 이것을 그냥 날 취하게 하는 와인으로 대처한다. 완전 최악이다. 나의 지난 두주가 이런 식으로 지나 갔으니 이 떨어진 생산성을 다시 정상 괘도에 올려 놓으려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나…… 이젠 어금니가 아프지 않다. 예전에 어금니를 꽈악 깨물고 노력한 날들이 너무나 오래 됬기 때문이다. 제자리 걸음 하고 있는 나….. 패배자…. 아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