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어디에서 몇시에 공연이 주중에 하는지 주일에 하는지 그리고 낮에 공연이 있는지 밤에 공연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을 한다. 그래야만 공연을 위해서 컨디션을 조절한다. 개인적으로 금요일 저녁에 있는 공연을 좋아한다. 한주의 바쁜 일과를 마친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의 세계와 현실과의 dislocation을 경험할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공연에 102% 몰두 할수 있는 날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공연전날에 과음이나 과로는 절대 피한다. ‘생음악’의 한음 한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최고의 집중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둘째, 어떤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는지 분석한다. 왜냐하면 곡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선 그 곡이 작곡 될 작곡가의 배경과 작곡 당시의 환경을 알아야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은 다른 베토벤의 교향곡과 비교해 보아서 조금 더 생기가 넘치고 발랄하다. 사실 이곡은 베토벤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온천에서 요양을 하면서 작곡을 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자신의 우울증을 회복하기 위해서 도와준 정신과 의사를 위해서 작곡 했기 때문에 이 곡은 우울함과 향수적 요소가 많이 포함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작곡 배경 (지리와 역사 포함)을 정확히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
셋째, 그 공연을 연주할 솔로이스트, 지휘자 그리고 오케스트라에 대해서 분석한다. 같은 곡을 같은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해도 지휘자의 해석에 따라 곡의 색채가 바뀔수 있다. 예를 들어 카라얀과 알바도는 베를린필에서 상임 지휘자로 있었지만 두 사람의 색깔은 정말 다르다. 카라얀은 권위적이고 강하며 남성적인 색채를 가졌고 알바도는 좀더 여성스럽고 섬세함과 자유함을 허락하는 색채를 가졌다. 독일의 유명한 관현악단은 기계와 같이 정말 정밀하고 정확한 음을 내지만 뭐라고 할까 약간 절제된 미를 느낄수 있으며 답답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고, 프랑스 관현악단은 현악기를 연주하는 테크닉이 좀더 부드럽고 다르기 때문에 좀더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선율을 잘 표현 한다. 그리고 협주곡을 연주 할 경우 솔로이스트에 대한 분석을 한다. 연주자 마다 개성이 있고 어느 시대의 음악을 선호하고 어느 작곡가의 음악을 주로 연주 했는지를 알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요즘에 떠 오르는 피아니스트 랑랑은 협주곡 보다는 프란즈 리스트의 피아노 독주곡을 좀더 감미롭게 표현하며,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 필리페 콜랑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리고 런던필은 다른 유럽의 오케스트라와는 달이 상업적인 면이 강해 contemporary한 곡도 연주한 적이 많다. 그와 반면 베를린필이나 비엔나필은 장인정신과 정통성을 추구하는 관현악단으로 유명하며 다른 오케스트라와 비교해 보아서 좀더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넷째, 자기가 좋아하는 레파투어를 선택하고 공연 날짜와 시간을 정한 후에 반드시 해야 될것이 있다. 바로 사전 답사다. 즉 공연을 참관하기 전에 그 날 연주할 곡을 적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5번이상 들어 보아야 한다. 내가 즐겨하는 사전 답사 방법은 이러하다. Sir Charles Mackerras가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기억 된다) 이끄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내가 좋아하는 국민악파 음악가 안토니오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정평이 나 있다. 만약 내가 관람할 공연이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면 난 체코필이 연주한 음반을 구해서 이것을 standard로 잡는다. 그리고 지금 Sir Simon Rattle이 상임지휘자로 있는 베를린필이 요하네스 브람스의 연주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한다. 그럼 당연히 브람스 곡을 연주하는 공연이라면 베를린필이 standard로 잡고 benchmarking을 한다.
다섯번째, 듣는 것으로는 만족이 되질 않는다. 난 악보를 구입한다. 그것도 지휘자용 악보 (full score)를. 그리고 공연을 관람하기 전에 음악을 5번 들을때 악보를 보면서 꼭 3번을 듣는다. 어느 악기가 어느 순간에 어떤 선율을 내는지 알아내는 이런 묘미가 바로 나를 자극시킨다. 어느 정도 익숙해 지면 어느 때에 어떤 악기가 어떤 음을 내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공연을 관란 할때 다음에 어떤 악기가 어떤 음을 어떤 마디에서 낼지 먼저 알고 그 파트로 자동적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참고로 난 얼마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관람하러 갔을때 이곡을 72번 들었고 지휘자용 악보를 17번 보았다. 2악장 연주를 하는데 콘서트마스터가 박자를 놓쳐서 그랬는지 다른 연주자들보다 한박자 늦게 들어 가는 것을 보고 순간 아찔했다.
여섯번째, 내가 앉고 싶은 자리를 정해서 내 돈을 주고 예매한다. 남이 주어서 가는 공연은 애착심이 떨어진다. 인터넷에서 대충 받아서 듣는 음악과 내 돈주고 사서 듣는 음악은 감동 자체가 틀리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의 위치를 찾아서 자리를 잡는다. 예를 들어 피아노 협주곡 일때는 솔로이스트의 연주에 더 집중이 되니 왼쪽 앞자리를 예약한다. 음악은 visual art는 아니지만 솔로이스트의 카덴자 부분을 숨죽이면서 손을 꼭 쥐고 바라보는 그 순간은 바로 현실과의 단절이 되는 황홀한 경험을 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휘자의 바톤 테크닉을 좀더 잘 보고 싶다면 합창단 석에 앉는다 (단 금관쪽에 가까이 앉으면 상당히 괴롭다. 왜냐하면 현악 파트의 소리가 프렌치 호른에 먹혀 버리기 때문에). 차분하고 묵직한 음에 마음을 가라 앉히고 싶을땐 첼로와 더블 베이스 사이에 앉는다. 바이올린이 방방 뜰때 마다 묵직하게 자리를 잡아주는 위사람 같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렇게 음악에 따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좌석을 적절하게 예매하면 음악에 좀더 몰두하고 즐길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연에 입고 갈 의상을 결정한다. 자신을 화려하게 보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것은 작곡가에 대한 하나의 예의의 표시다. 중요한 자리에 자신의 경건함과 예의를 갖추기 위해선 정장을 입고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그리고 이런 날 평상시에 입지 않았던 옷더 꺼내 입고 멋도 한번 부려 본다. 물론 공연장 가는 길에는 그날 연주할 음악과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아마도 최고의 공연이 될것이다.
다음에 참석할 공연은 무엇이더라… 브람스 교향곡 1번,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 생각만해도 정말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