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아는 사람은 내가 일기말고 (그리고 블로그 말고) 예전에 썼던 명부가 하나 있음을 알것이다. 바로 ‘살생부’이다. 좀 섬뜻한가?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쓴 명부가 아니다. 내가 말하는 살생부 (한자의 뜻을 풀이하지 않고)는 나로 나보다 더 낳은자,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룬자,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자, 즉 나보다 뛰어 나다고 판단 되는 그 사람의 행적과 시기를 기록한다. 그 다음 그를 초월한 다음에 그 사람의 이름을 지운다. 즉 다시 말해 그의 존재성은 나에게 별로 더 이상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를 자극 시키고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이제 그들의 이름이 전부 내 살생부에서 지워졌다. 즉 다시 말해서 나를 더 성장하도록 자극을 주고, 미래객체지향주의적으로 삶을 살도록 나를 drive하는 사람이 이제 더 이상 없다.
대학교를 마치고 난 후에 그 살생부를 태워 버렸다. 순간 내가 이런 짓을 한다는 것이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짓을 해서 내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않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다시 말해 살생부를 기록하는 과정중, 나는 어느 한 사람을 우러러 본다 던지, 존경한거나 선망의 대상을 기록한다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안목과 계획을 가지고 나보다 더 낳은 일을 이루는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증오하고 나의 경쟁 상대로 삼아 그보다 더 낳아지게 주야로 노력 했다. 다시 말해 한 사람에 대한 시기 및 질투 그리고 자존심이 바로 내 자신을 더욱더 성장 시키는 연료로 사용된 것이다. 그런데 이 연료는 이상하게도 폭발력은 강하지만 지구력이 적었다. 장기전으로 한 사람을 목표로 삼고 꾸준히 노력해서 따라 잡는 것이 아니라, 순간 임기응변으로 대처하여 따른 성공을 이루는 것이 첫번째 목표인 것이다.
일종의 복수극이라고 할수 있겠지…. 나보다 더 낳은 자를 용납하지 못하고 내가 그보다 더 많아야 된다는 생각이 사로 잡혀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복수도 귀찮고 (더 이상 복수할 사람도 없고) 아마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것이 아닐찌. 내 살생부에 기록 되었다가 지워진 모든 사람들께 감사한다. 그들 때문에 난 여기까지 왔다. 그들의 자극에 의해서 오늘의 내가 만들어졌다. 내 살생부에 기록된 사람들이 모두 기억 난다면 그들의 이름을 다른 명부에 한번 적어보고 싶다. 바로 ‘활생부’에… 내가 그들에게 나를 이만큼 성장 할수 있도록 자극을 준 자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