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예배를 드리지 않고 집에 일찍 돌아 왔다. 작고 별로 중요치 않는 일에 신경을 쓰는 바람에 약간 기분이 상하던차에 기린아에게서 전화가 왔다. 가족들과의 시티 나들이를 마치고 귀가 하는 중에 약속 장소와 시간을 잡았다. 오후 6시에 Rhodes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우중충하고 추운 날씨인데 이상하게도 베토벤 교향곡 9번 3악장의 소리는 참 아름다웠다. (특히 4분의 3박자 안단테 모데라토 부분)
얼굴이 좋아 보였다. 여전히 쭈욱 빠진 키에 날까롭고 깔끔한 외모. 아마도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로 본다면 아마 오나라의 수도독 주유 (공근) 정도라 할까? 물론 나는 사마의 (중달)이고. (이야기가 잠시 다른쪽으로 흘렀다) 1년간에 귀양을 마치고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귀국한 기린아를 보니 마음이 더욱더 놓이고 자랑스러웠다.
1년 넘게 보지 못하고 애기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 이야기 꽃이 화알짝 폈다. 난 기린아의 노고를 잘안다. 구차하게 사생활과 연관된 것은 설명하지 않겠다. 하지만 한국 사회 생활에 적응해서 젊은 나이에 상장을 바로 앞둔 중소기업에서 많은 것을 부리면서 부장 자리에 올랐다. 남에게 뒤쳐지지 않고 고삐를 늦추지 않고 쉬지 않고 전진한 기린아의 모습, 너무나 흡족하다.
여러가지 애기를 나누었다. 요즈음 근래에 일어난 천민과 귀족간의 갈등, 인격과 인품, 능력 완전 빵점인 사람들과의 교류간에 생기는 갈등, 기타등등. 이런 애기를 하면서 푸념을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이런 행위는 비생산적) 이런 자들과 같은 능급의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정신을 빠짝 차리는 것이다. 그외 세계관의 스케일에 대한 애기도 했고, 미래에 설립할 오케스트라 애기도 했다 (난 기린아가 피아노를 체르니 100번까지 치고 바이올린까지 배웠다는 말을 오늘 처음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같이 경영할 병원 애기도 당연히 했다. 생각만으로 우린 벌써 배부르다.
기린아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 "제가 형님보다 다 잘할수 있을것 같은데 영어 만큼은 절대로 않될것 같습니다"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기린아는 CPA고 만 MBA다. 기린아가 MBA를 만약 멜본 비지니스 스쿨에서 한다면 아마도 내가 졸업한 MGSM보다 낳을 것이다. 즉 학벌론 기린아가 한수 낳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기린아가 사업을 시작해서 돈을 나보다 많이 벌고 증권으로 재미를 본다고 해도 난 그저 좋을 뿐이다. 왜? 내 동생이 잘하는 것이 어찌 기분이 얹짢을수 있는 것인가? 난 기린아가 이 세상의 99%를 차지하고 1%의 땅을 주어도 난 좋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1%의 땅을 줄테니).
나는 그에게 꿈을 심어 주었고 그는 나의 꿈을 이해해 주었다. 이제는 우리는 같은 꿈을 같이 꾼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서 같이 전진한다. 아직은 내가 앞서 있지만 기린아가 나를 추월할 날이 멀지 않았다. 아 추월하면 기분 나쁘지 않냐고? 허허허허. 전혀… 왜냐 먼저 가서 우리의 승리를 위한 축하주 돔 페리뇽과 내 자리를 먼저 준비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