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공급자)나 은행 (융자 권유) 사람들을 만날때도 난 내 명함을 주는 편이 아니다. 이미 아는 사람들이고 주로 이메일로 교류하는 사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대부분 미팅 스케줄을 이메일로 잡으니 명함을 줄 필요가 없다. (난 체질상 전화로 애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작년 12월에 명함의 새로운 용도를 알아 냈다 – 얼굴은 알지만 친분이 없고, 시간이 없고 바빠서 상대하기 싫은 상대, 그냥 기를 죽여 버리고 싶은 상대등을 만났을때 사용하는 법을 깨닮았다. 한가지 예를 든다. 작년 12월 중순에 시티에 볼일이 있어 소피텔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도중, 고등학교 때 같이 농구를 한 동창을 만났다. 중국 사람이고 키는 180cm에 마른 편에 인물이 괜찮은 편이다. 부모님은 두분다 의사고 카슬힐에서 살고 있다. 내 생각엔 동거를 하는지 결혼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 메도뱅크 쇼핑 센터에 있는 카페에서 본적이 있다. 까무잡잡하고 뚱뚱한 말레이지아 태생의 여자랑 아침에 신문을 보고 있었고 그는 나랑 눈이 마주쳤을때 피하려는 눈빛이 역역 했다. 아무튼 금요일이여서 그는 청바지에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고 있었다. (난 미팅 때문에 강마에 스타일로 정장에 베스트까지 입고 있어다) 나랑 눈이 마주친 그는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했다. 대화의 내용을 영어로 쓰면 이렇다.
Raymond: What are you doing here?
Brendon: Just had a meeting to attend in the city. I am going back to the office.
Raymond: Where is the office?
Brendon: Somewhere in North Sydney?
Raymond: Where in North Sydney?
Brendon: Pardon? (차소리 때문에 않들렸음)
Raymond: Which company are you working for?
Brendon: Exetel.
Raymond: I have heard about them. What do you do?
Brendon: Pardon? (차소리 때문에 않들렸음)
Raymond: Look, you are being very vague.
Brendon: Well, In fact I don’t have a time to explain. (명함을 꺼내서 건네줌)
Raymond: (명함을 한참 동안 보면서 침묵을 지킴)
Brendon: My taxi is here. I must take my leave. Farewell. (내 직원이 택시 문을 열어줌)
남자의 세계엔 이런 미묘한 것이 있다. 만약 그가 나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거나 나보다 더 뛰어나다만 우월감이 있다면 그가 나에게 자신 있게 그의 명함을 건네 주었을 것이다. (뭐 별로 중요한 위치에 있지 않다면 명함도 없겠지만) 자신이 만약 명함을 소지하고 있지 않다면 나에게 ‘지금은 없으니 다음에 만나면 전해 주겠다. 난 그리고 XX에서 YY를 하고 있다’ 정도는 말할수 있었을 텐데… 나 같으면 명함을 받고 회사에 돌아가 회사 이메일로 나에게 보냈지 않을까?
정말 재미있다. 고등학교 동창들… 내가 호주에 온지 얼마 되지 않고 키도 작고 영어도 잘하지 못하는 나에게서 받은 perception을 이제서야 완벽하게 부셔버릴수 있는 위치에 내가 도달 했음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