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월말 결산과 다른 일들로 인해 몸과 마음이 분주하여 느긎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내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분석하고 글로 남길 기회가 적었다. 아니 이것은 사치 스럽고 자기 합리화적 변명이며, 사실은 나의 게으름에 의한 결과 일 뿐이다.
2009년 4월 3일부터 정식으로 재무관리 이사로 임명을 받고 이사진에 들어간후에 아주 좋지 않는 직업병이 하나 생겼다 –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습관이다.
예전엔 과정을 결과 만큼 중요시 했다. 과정의 진행 여부에 대한 세심한 분석과 관심, 진행 과정중에 발견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분석한후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했고 대응책들에 따란 결과도 추측했다. 일을 할때 가장 즐거운 때는 내가 계획하고 예상했던 대로 결과가 정확히 나올때이다. 내가 세운 시나리오대로 일이 착착 진행 될때는 꼭 방송국의 PD가 된 기분이다.
물론 항상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쩔땐 계획 했던데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 되지 않을때도 있다. 이럴땐 주저하지 않고 일단 작전상 후퇴를 한다. 후퇴를 할때 무작정 앞만 보고 적에게 등을 보인체 줄랑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촉나라의 첫 북벌에서 조자룡이 최후방에서 스스로 군대를 지휘해 한명의 사상자도 없이 무사히 촉군을 성도로 후퇴 시킨적이있다. 일을 하다보면 나의 실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의 과실로 인한 손해를 내가 스스로 앞장서 무마시키고 의기소침된 회사 직원들을 격려한다. 이럴때 그들은 충성을 맹세하고 나의 능력을 높이 사며 존경과 신뢰가 더욱 쌓이는 것이다. (촉나라의 첫 북벌의 패배 요인은 가정을 지킨 마속의 책임이였다. 성도로 돌아온 조자룡은 마속의 과실에 대해 한마디 책망도 하지 않았다)
애기가 또 옆으로 새버렸다. 이제 회사의 중책을 맏으니 ‘재상은 세사에 친숙치 않다’라는 말이 세삼스럽게 느껴진다. 예전엔 사소한 것도 신경쓰고 관심을 가지며 스스로 분석하고 습득하며 이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 과정 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결과가 나쁘면 과정을 분석한다. 아니 분석이라는 단어보다는 비판이라는 단어가 더 합당할 것이다. 예전엔 모든 프로젝트에 함께 동참하며 과정을 알고 서로를 알고 부여 받은 책임과 직원들을 알아서 날카롭고 차가운 비판 보다는 긍정적인 권면과 방법 제시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이제는 더 아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생겼다. 예전에는 프로젝트 계획안의 첫 페이지 부터 끝페이지 까지 보았지만 이제는 계획안은 그냥 대충 읽고 간략한 설명회를 가진 후 진행 과정을 정기적으로 보고 받고 최종적인 결과를 숫자로 평가를 한다. 중요하고 급한 결제건이 많다 보니 전체적인것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간단히 요약된 내용을 빨리 습득한다. 이게 문제가 되나?
문제가 당영히 된다. 예전엔 두꺼운 책이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틀리다. 간단히 요약된 책들, 얇은 책들이 좋다. 지금 내 책상위에는 ‘예수처럼 경영하라’, ‘리더가 알아야 랄 7가지 키워드’라는 두권의 책이 있다. 책의 두깨는 2cm도 않된다. 집중해서 속독법으로 읽으면 1시간이면 읽을수 있는 책들이다.
이런 책들이 읽으니 지식을 방대해 지나 감수성은 줄어든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중에 깊은 감동을 받은 책들은 7번씩 읽은 적도 있다. (이문열 교수님께서 쓰신 10권의 삼국지가 대표적인 예) 하지만 이제는 한번 본 책은 다시 찾지 않는다. 이제는 읽는다는 동사를 쓰기 보다는 그냥 ‘본다’라는 동사가 더 적합한것 같다. 나의 또 다른 직업병이 생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