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수업이 있었다. 이런 저런 일로 저녁 11시까지 대학원에 남아서 여러가지를 점검 및 검토 했다.
집에와서 주린 배를 월남쌈으로 채웠다. 집사람이 정성스럽께 싼 5개의 월남쌈중 두개를 먹었다. 자정이 가까움으로 기분 전환도 할겸 호주산 스파클링 와인 (피노 누와 그리고 샤르도네를 섞은 혼합주)을 한잔 마셨다. 좀 공격적으로 드라이한 맛이 거부감을 느끼게 했지만 나름대로 씁쓸한 끝맛이 상당히 퇴폐적이면서 자극적이였다.
순간 신의 물방울이 생각났다. 내 기억이 맞다면 칸자키 시즈쿠가 한국의 김치와 맞는 와인을 찾으로 한국을 방문한 내용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리고 나의 옛 모습을 생각했다.
신의 물방울의 영향에 의해서 난 내가 마셔본 와인들을 여러가지로 표현해 보았다. 회상, 추억, 슬픔, 단란, 화목, 여러가지 제목을 붙힌 와인들이 많았다. 그때 난 한참 마리아주, 즉 음식과 와인의 조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 시드니 최고 정통 일식집 Azuma에 가서 여러가지 와인 테이스팅을 해봤다. 어떤 음식이 어떤 와인가 맞는가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 때 난 내 입맛이 다른 사람들과 틀리다는 것을 알았다. 음식의 성격과 독특한 개성 그리고 이것들을 살려주고 더 가치를 높이는 와인들을 찾아 낼수 있었다. 적어도 내가 마셔본 와인들과 조화를 맞출수 있었다. 그때 문득 한국의 전통 음식 김치와의 어울리는 와인을 찾고 싶었다. 시작점은 다음과 같다.
한국 음식중 김치는 특히 자극적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선택한 와인의 포도 품종은 시라즈였다. 프랑스에선 론 지방의 와인들이 시라즈 품종을 쓴다. 후추의 향같이 공격적인 냄새와 맛이 김치와 어울릴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서로의 개성을 살리지 못했다. 까베르네 쇼비뇽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난 여러가지를 생각해봤다. 어렸을때 방탕한 생활을 할때 많이 마셨던 맥주 그리고 김치 안주. 은근히 조화가 잘 맞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난 ‘기포’가 있음으로 생기는 혀에 자극을 생각했다. 그래서 난 여러 종류의 스파클링 와인을 시도해 봤고 그중에 특히 샤르도네만을 사용한 blanc de blanc의 프랑스 샴페인이 잘 어울림을 알았다. 왜햐면 샴페인과 김치의 공통점은 둘다 자극적이라는 것이다. 신의 물방울에 나온것처럼 특적한 샴페인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샴페인과 김치의 마리아주를 찾은 나는 신이 났다.
그냥 순간 자화자찬을 해본다. 혹시 내가 천재적인 테이스터의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언젠가는 소믈리에 자격증을 딸것이다. 그래서 음식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와인을 찾아 내 자신 및 내 가족들, 그리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대접하고 싶다.